2014년 10월 29일 수요일

22. 신뢰도 높이는 광고 메시지

"주정차 CC 카메라 설치 목숨걸고 결사반대"

어느 식당가에서 재미있는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목숨은 그 정도 일에 함부로 거는 것이 아닌데."
2. "이 현수막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걸었을까?"
 
이 지역은 음식점이 모여있는 곳이니, 상인들이 걸었을 것입니다. 고객들이 길거리에 불법주차를 하고 음식점을 출입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구청에서 불법주차 단속을 위해 CCTV 를 설치한다고 한 듯 합니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손님이 줄어 상권이 약화될까 걱정이 될만 합니다.
 
상인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나, 이 현수막은 대중이나 구청을 설득할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두가지 면에서 신뢰도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부적절하게 극단적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사람들이 CCTV 설치 때문에 목숨을 걸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겠습니까?
 
둘째는 현수막을 붙인 주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은 상인들의 이익을 위해 공익에 위배되는 불법주차를 허용하자는데 설득당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 기회에 소비자 행동 연구라는 분야에서 연구된 마케팅 메시지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1) 정보를 전달하는 화자의 전문성이 높을 때 메시지의 수용성이 높아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식품 광고에서 유명한 의사가 나와서 광고를 하는 사례입니다. 건강식품을 의사가 나와서 광고하면 효과가 참 좋겠지요. 건강식품 회사 입장에서 의사는 매력있는 광고 모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을 보면 건강식품을 광고하는 의사 선생님들은 지극히 소수입니다. 의사 사회가 자정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 광고에 출연하는 의사의 경우 동료의사들로부터 지탄을 받기 쉽습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는 의사들이 의학적 자존심을 지키고,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훌륭한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면 종종 연락이 오는 곳이 있습니다. 얼마의 돈을 내면 유명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브랜드 대상" 수상자로 선정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거 선정되는게 어떤 도움이 되냐?"고 물으니, 홈페이지에 "XX 신문사 선정 브랜드 대상" 이라고 적으랍니다. 소비자에게 "XX 신문사같은 전문성 있는 곳에서 상을 줄 정도면, 이 병원 믿을만하군." 하고 믿게 만드는 효과가 있겠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앞으로 무슨 "브랜드 대상"이라고 적혀있는 것은 "뭔가 잘 해서 받은 상이 아니라, 돈 주고 받은 상"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하간 이런 비즈니스가 먹히는 이유 역시 전문성 있는 화자(신문사)의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한편, 극단적인 주장을 할 때, 높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 얘기하는게, 낮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얘기하는 것 보다, 수용성이 더 높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와인 반병 정도는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라는 말도 안되는 메시지를 저같은 정신과 의사가 하면 "정신나갔군." 하고 받아들이겠지만, 간전문의가 하면 "그런가?" 하고 솔깃해 지게 마련입니다.

위의 CCTV 설치 반대에 목숨걸겠다는 현수막도 "데모에 전문성도 없는" 상인들이 극단적인 주장을 하니깐 더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데모에 전문성이 높은"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민주노총 지도부 정도 되는 사람들이 "XXX 결사 반대." 라고 하면 실제로 목숨을 걸 것이라고는 생각안하겠지만, 적어도 뭔가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는 위협은 될 듯 합니다.

(2) 화자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을 때에도 신뢰도는 높아집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때, 다른 어떤 것보다도 악수 한번 하는 것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들은 악수를 너무 많이 하다가, 오른손이 너무 아파서 왼손으로 악수하기도 합니다. 하루에 악수를 수천명하고 하면 그럴 법도 하지요.

환자들은 병원을 선택할 때 소개받고 가기를 원합니다. 저 역시, 제가 환자의 자격으로 다른 병원을 방문할 때, 담당 의사가 개인적으로 아는 척해 주는 것이 좋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저는 제가 환자를 볼 때 차트에 환자의 의학적 정보 뿐 아니라 개인적 신상을 간단하게 메모해 두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분이 여행을 간다고 하면, 메모에 적어두었다가, 다음 진료 때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라고 물어보면서 진료를 시작하는 식입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주장을 펼 때 신뢰도는 높아집니다.

환자가 많아야 먹고사는 의사가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강의한다던가, 암센터에서 "한국인의 암 예방 수칙" 이나 "금연 클리닉" 을 홍보하는 것 역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분유회사에서 "모유 먹이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위 현수막의 경우 상인들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나, 공익에 반하는 주장을 하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4) 자신의 의도를 감추며 메시지를 전달할 때 수용성이 높아집니다.

와이프에게 다이어트하라고 직접 얘기하는 간 큰 남자는 없겠지요. 차라리 예쁜 옷 사라고 돈을 주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판매하는 제약회사가, 상품을 홍보하는 대신, "여성 건강의 날" 이나, "여성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수준높은 세련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기업들은 상품을 광고하기 보다는 "인재 양성", "창조 경영"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기업 이미지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자가 매력이 있을 때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닉슨과 케네디의 대통령 선거 당시, TV 토론을 라디오로 들은 사람은 닉슨에게 호감을 느낀 반면, TV 를 시청한 사람은 케네디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지난 미국 대선 때 오바마와 멕케인 중 오바마를 선택한 것도 오바마의 젊고 활기찬 모습이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저같이 철없는 40대 아저씨들도 소녀시대나 수지가 광고하는 제품은 자세히 따져보지 않고, 그냥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잘 생긴 것, 매력적으로 태어난 것이 부모님으로부터 수억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 보다 더 큰 유산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점점 느껴지는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외모 이외에 자신의 매력을 높이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겠지요. 

이 기회에 우리 병원의 마케팅 메시지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위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그리고 좀 더 세련되고 수준높은 메시지를 개발할 수 있을지 고려해 봐야 하겠습니다.


Note: 위의 내용은 [소비자 심리의 이해, 홍성태 저, 1992] 를 참조,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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