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21. Sunk Cost Fallacy

한 다국적 제약회사는 현재 두가지 신약 물질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A 물질은 자체개발을 한 물질입니다. 그동안 연구 개발비로 100억원을 썼고, 향후 50억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데 기대 수익은 380억원입니다.
  • B 물질은 한 벤처회사에서 개발한 물질인데, 현 단계에서 우리 회사에 팔겠다고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 물질을 사오는 가격과 향후 런칭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총 150억원이고, 향후 기대 수익은 450억원입니다.

[그림 1]



회사는 두 물질에 다 투자할 여력은 없어, 두 제품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물질을 선택해야 할까요?

B물질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의 논리는 아래와 같은 것입니다. 
  • A 물질은 150억원을 투자해서 380억원의 수익을 남긴다.  
  • B 물질은 150억원을 투자해서 450억원의 수익을 남긴다. 
  • 따라서 투자대비 수익은 B 가 더 크다.  
[그림 2]




한편 A 물질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의 논리는 좀 다를 것입니다. 
  • 회사 입장에서 기왕에 투자한 돈은 100억인데, 이 돈은 A물질을 선택하던지, B물질을 선택하던지 이미 들어간 돈이다. 
  • A 물질을 선택하면 앞으로 50억이 추가로 들어가고, 380억원의 수익을 남긴다. 투자 대비 수익은 380억-50억=330억. 
  • B 물질을 선택하면 앞으로 150억이 추가로 들어가고, 450억원의 수익이 남긴다. 투자 대비 수익은 450억-150억=300억.
  • 따라서 현 시점에서 투자대비 수익은 A가 더 크다. 
[그림 3]


사실 회사의 입장에서 이미 100억원은 쓴 돈이고 A를 선택하건 B를 선택하건 달라질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기존에 쓴 돈은 잊어버리고 향후 들어갈 돈과 향후 벌어들일 돈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위의 문제의 답은 A 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왕에 쓴 돈 100억원에 집착해서 의사결정을 그르치는 것을 Sunk Cost Fallacy 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런 Sunk Cost Fallacy 를 범하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주식 투자를 할 때 입니다. 기왕에 잃은 돈이 아까와 떨어지고 있는 주식을 손절매 못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혼기를 놓친 처녀 총각이 자신이 과거에 한창 잘 나갈 때 만났던 이성의 수준을 생각하고 눈을 못 낮추는 것도 비슷한 경우일까요?

병원을 개업한지 일년차 된 원장님이 지난 일년동안 열심히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이 잘 안된다면 목을 잘 못 잡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그동안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이 sunk cost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이 sunk cost fallacy 에 빠지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 초기에 거액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지만, 병원을 경영하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초기 인테리어를 철거하고, 상당 부분 인테리어를 다시 했습니다. 
그럴 때 혹자는 기존에 투자한 돈 아까운줄 모르고 다시 한다고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익이 안나는데도 불구하고 기존에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이 아까와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은 sunk cost fallacy 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원의 박람회에 다녀보면, 산부인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심지어 정신과 전문의들이 피부 레이저 시술 강좌를 듣고 있는 것을 봅니다. 
두가지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개원가에서 과별 경계가 무너지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고, 또 한가지는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들은 짜증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 선생님들의 개인 입장에서 본다면, 수익이 나지 않는 전공과를 포기하고, 과감하게 컨셉을 바꾸는 시도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sunk cost fallacy 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비정상적인 고질적 저수가 정책이 이런 식으로 의료시장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