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3일 일요일

25. 병목을 해결하자

한 소문난 음식점이 있습니다. 고객들은 음식점 앞에 30분 동안 줄서서 대기하다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음식점의 내부를 보니, 빈 테이블이 덤성 덤성 눈에 띕니다. 그림1 을 보니, 27개 테이블 중 10개가 비어 있습니다. 가동율이 62% (=17/27) 수준 밖에 안되는 듯 합니다.  이 음식점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그림 1] 음식점 테이블 점유율

아마 대기고객을 빈테이블로 안내하는 직원이 문제가 있을 듯 합니다. 그 직원은 "병목자원(Bottle Neck)"인 듯 합니다. 

우리가 운전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길이 막힙니다. 30분 걸려서 겨우 1km 전진하는 지루한 시간을 견디다 보면 자동차 사고가 나 있는 지점을 보게 됩니다. 그 지점을 통과하고 나면 다시 차는 쌩쌩 달리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한마디 합니다. 
"경찰은 뭐하고 있어. 사고차 빨리 빼 줘야지."
이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병목을 해결해야지" 하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병목 현상"이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길이 좁아지는 부분을 병목(Bottle Neck)이라고 합니다. 병목 지점의 특성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길이 좁아지는 부분"이기도 하고, "속도가 늦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MBA 시절 오퍼레이션 이라는 과목 시간에 "더골 (The Goal)" 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약이론 TOC (Theory of Constraint)을 쉽게 설명한 명서입니다. 

주인공 알렉스 로고는 한 공장의 공장장입니다. 그의 공장은 만성적으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느날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공장을 폐쇄한다는 본사의 통고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공장의 기계들을 효율성(단위시간당 처리속도)를 높은 기기로 교체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 왔었는데 그 공장의 수익성은 올라가지 않고 있는 상항입니다. 

그 때 대학시절 은사인 요나 교수를 만나게 됩니다. 요나 교수는 공장을 방문해 보고, 재고가 많이 쌓여있는 한 프로세스를 발견합니다. 그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기계는 NCX-10이라는 최신 로봇입니다. 기존에 구식 기계가 있었는데, 생산성이 떨어져, 최근에 NCX-10로 대치하였고, 이로 인해 그 프로세스의 생산성이 36% 향상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요나교수는 물어봅니다.

요나교수: "그런가? 놀라운 수치준. 36%라. 그렇다면 자네 회사는 로봇을 설치함으로써 36%의 이윤을 더 얻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 정말 그런가?"

알렉스 공장장: "글쎄요. 손익계산은 현실과 많이 다르죠. 현장에서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는 부분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거든요."

요나 교수: "그렇다면 실제로는 생산성이 증가된 것이 아니군."

알렉스와 요나교수는 공장의 여러 프로세스 중, NCX-10 이 최신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병목 자원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NCX-10 은 여러 기계 중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계임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기계이지만, 그 프로세스 앞에 재고가 쌓여있는 것을 보니 병목인 것입니다.

[그림 2]



요나교수는 오래된 구식 기계들을 다시 꺼내어 NCX-10 옆에 추가로 배치하도록 합니다.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 기계만의 처리속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단계의 처리속도를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처리속도가 늦은 기계라도 병렬로 배치해서 그 프로세스 자체의 처리속도를 높이라는 것입니다.

[그림 3]


이 내용은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부분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참 쉬운 얘기입니다. 이렇게 못하고 있는 것이 바보같은 일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병원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10여년 된 소아정신과를 인수해서 경영한 적이 있습니다. 소아정신과는 환자가 내원해서 치료받는 경로가 다음과 같습니다. 

홍보 노출 => 전화 예약 => 대기 => 의사 초진 => 진단을 위한 심리검사 => 의사와 결과상담 => 치료

[그림4]


소아정신과의 수입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보면서 발생하는 진료비 수입 (급여)과 치료실에서 놀이치료, 학습치료, 사회성치료등이 이루어지면서 발생하는 수입 (비급여) 입니다. 

10년 정도 된 그 병원은 두가지 특성이 있었습니다. 

1. 재진 환자가 많다. => 진료비 (급여) 수입이 많다.  
10년된 병원이다 보니 병원에 다닌지 3~5년 정도된 재진 환자가 많았습니다. 오래된 재진환자들은 치료실 이용은 잘 안하고, 의사를 만나 약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진료비 수입만 발생하는 셈입니다. 병원에 다닌지 3~5년 정도 되었으니 매번 방문할 때마다 약처방이 바뀌지 않고 그냥 리필만 하는 안정된 환자들이었습니다. 

2. 치료실 가동율은 60% 정도밖에 안된다. => 치료비 (비급여) 수입은 적다. 
그 병원은 치료실 가동율이 60% 정도 되는 잘 운영이 안되는 병원이었습니다. (그림에서 치료실 중 회색으로 표시된 치료실이 빈 치료실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치료실의 가동율을 올리는 것입니다. 치료실의 가동율을 올리기 위해 처음 제가 생각한 액션은 환자가 적으니 더 많이 오도록 해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홈페이지를 좀 더 내용이 알차고 세련되게 개선하고, 네이버 광고비 예산을 올리고, 인근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답은 대기시간에 있었습니다. 초진 환자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고 의사를 만나기까지 2주 정도 대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초진을 한 다음 임상심리사를 만나 심리검사를 받고 다시 의사가 결과상담을 하는 시간까지 추가로 2주일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결국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한달 가까이 대기시간이 걸리는 셈이었습니다.

이 상황은 마치 음식점이 내부는 비어있는데 밖에는 대기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것과 똑같았습니다. 의사의 진료와 임상심리사의 검사가 병목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환자를 더 오게 하려고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투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현재 오고있는 환자들을 더 빨리 진행시키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의사의 진료와 임상심리사의 심리검사로 형성되어 있는 병목을 풀어주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와 임상심리사를 고용하는 것일 것입니다.

임상심리사는 한명 더 고용하는 것으로 병목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의사를 한명 더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의사의 진료 상황을 가만히 보니, 재진 환자가 너무 많아 신환을 볼 수가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오래된 병원이다 보니, 병원에 다닌지 수년 된 환자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처방 변화 없이 똑같은 약만 받아가는 분들이었습니다. 이 분들에게는 2~3개월치 약을 처방해 주어도 큰 무리가 없지만, 기존에는 2주~1개월씩 약을 처방해 주어 자주 방문하게 해서 진료비 수입을 올리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처방 기간을 늘려 재진을 과감하게 줄여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진료비 수입이 줄어드는 위험이 있었지만, 대신 신환을 많이 받아서 치료비 수입을 늘리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 판단했습니다. 또한 약을 변화없이 리필해가는 환자분들도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것 보다 2~3개월에 한번씩 방문하도록 하니 더 좋아했습니다. 마치 원숭이가 항아리 속에서 콩을 꺼내야 할 때 너무 많은 콩을 쥐면 손을 뺄 수 없으니, 콩을 좀 놓아서 콩을 빼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재진 환자 중 병원에 방문한 지 2년 이상 된 환자들에게는 그냥 똑같은 약을 주기적으로 처방하는 것이므로, 기존에 한달에 한번씩 오는 환자들을 2개월 3개월치 약을 처방해서 재진 내원을 줄였습니다.그리고 빈 시간에 신환을 더 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 병원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프로세스를 일렬로 나열해 보고, 그 중에 병목을 해결해 주면 효율성이 올라갑니다.
병목을 찾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떤 프로세스 앞에 대기시간이 가장 긴 시간이 병목입니다. 그 단계를 해결해주면 병목은 해결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병목은 움직입니다. 한 단계를 해결해 주면 다른 단계에서 병목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한 단계의 병목을 해결했다고 마음을 놓지 말고, 지속적으로 대기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부분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해결해 나가는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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