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9일 수요일

22. 신뢰도 높이는 광고 메시지

"주정차 CC 카메라 설치 목숨걸고 결사반대"

어느 식당가에서 재미있는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목숨은 그 정도 일에 함부로 거는 것이 아닌데."
2. "이 현수막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걸었을까?"
 
이 지역은 음식점이 모여있는 곳이니, 상인들이 걸었을 것입니다. 고객들이 길거리에 불법주차를 하고 음식점을 출입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구청에서 불법주차 단속을 위해 CCTV 를 설치한다고 한 듯 합니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손님이 줄어 상권이 약화될까 걱정이 될만 합니다.
 
상인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나, 이 현수막은 대중이나 구청을 설득할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두가지 면에서 신뢰도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부적절하게 극단적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사람들이 CCTV 설치 때문에 목숨을 걸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겠습니까?
 
둘째는 현수막을 붙인 주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은 상인들의 이익을 위해 공익에 위배되는 불법주차를 허용하자는데 설득당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 기회에 소비자 행동 연구라는 분야에서 연구된 마케팅 메시지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1) 정보를 전달하는 화자의 전문성이 높을 때 메시지의 수용성이 높아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식품 광고에서 유명한 의사가 나와서 광고를 하는 사례입니다. 건강식품을 의사가 나와서 광고하면 효과가 참 좋겠지요. 건강식품 회사 입장에서 의사는 매력있는 광고 모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을 보면 건강식품을 광고하는 의사 선생님들은 지극히 소수입니다. 의사 사회가 자정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 광고에 출연하는 의사의 경우 동료의사들로부터 지탄을 받기 쉽습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는 의사들이 의학적 자존심을 지키고,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훌륭한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면 종종 연락이 오는 곳이 있습니다. 얼마의 돈을 내면 유명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브랜드 대상" 수상자로 선정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거 선정되는게 어떤 도움이 되냐?"고 물으니, 홈페이지에 "XX 신문사 선정 브랜드 대상" 이라고 적으랍니다. 소비자에게 "XX 신문사같은 전문성 있는 곳에서 상을 줄 정도면, 이 병원 믿을만하군." 하고 믿게 만드는 효과가 있겠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앞으로 무슨 "브랜드 대상"이라고 적혀있는 것은 "뭔가 잘 해서 받은 상이 아니라, 돈 주고 받은 상"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하간 이런 비즈니스가 먹히는 이유 역시 전문성 있는 화자(신문사)의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한편, 극단적인 주장을 할 때, 높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 얘기하는게, 낮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얘기하는 것 보다, 수용성이 더 높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와인 반병 정도는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라는 말도 안되는 메시지를 저같은 정신과 의사가 하면 "정신나갔군." 하고 받아들이겠지만, 간전문의가 하면 "그런가?" 하고 솔깃해 지게 마련입니다.

위의 CCTV 설치 반대에 목숨걸겠다는 현수막도 "데모에 전문성도 없는" 상인들이 극단적인 주장을 하니깐 더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데모에 전문성이 높은"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민주노총 지도부 정도 되는 사람들이 "XXX 결사 반대." 라고 하면 실제로 목숨을 걸 것이라고는 생각안하겠지만, 적어도 뭔가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는 위협은 될 듯 합니다.

(2) 화자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을 때에도 신뢰도는 높아집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때, 다른 어떤 것보다도 악수 한번 하는 것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들은 악수를 너무 많이 하다가, 오른손이 너무 아파서 왼손으로 악수하기도 합니다. 하루에 악수를 수천명하고 하면 그럴 법도 하지요.

환자들은 병원을 선택할 때 소개받고 가기를 원합니다. 저 역시, 제가 환자의 자격으로 다른 병원을 방문할 때, 담당 의사가 개인적으로 아는 척해 주는 것이 좋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저는 제가 환자를 볼 때 차트에 환자의 의학적 정보 뿐 아니라 개인적 신상을 간단하게 메모해 두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분이 여행을 간다고 하면, 메모에 적어두었다가, 다음 진료 때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라고 물어보면서 진료를 시작하는 식입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주장을 펼 때 신뢰도는 높아집니다.

환자가 많아야 먹고사는 의사가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강의한다던가, 암센터에서 "한국인의 암 예방 수칙" 이나 "금연 클리닉" 을 홍보하는 것 역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분유회사에서 "모유 먹이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위 현수막의 경우 상인들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나, 공익에 반하는 주장을 하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4) 자신의 의도를 감추며 메시지를 전달할 때 수용성이 높아집니다.

와이프에게 다이어트하라고 직접 얘기하는 간 큰 남자는 없겠지요. 차라리 예쁜 옷 사라고 돈을 주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판매하는 제약회사가, 상품을 홍보하는 대신, "여성 건강의 날" 이나, "여성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수준높은 세련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기업들은 상품을 광고하기 보다는 "인재 양성", "창조 경영"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기업 이미지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자가 매력이 있을 때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닉슨과 케네디의 대통령 선거 당시, TV 토론을 라디오로 들은 사람은 닉슨에게 호감을 느낀 반면, TV 를 시청한 사람은 케네디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지난 미국 대선 때 오바마와 멕케인 중 오바마를 선택한 것도 오바마의 젊고 활기찬 모습이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저같이 철없는 40대 아저씨들도 소녀시대나 수지가 광고하는 제품은 자세히 따져보지 않고, 그냥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잘 생긴 것, 매력적으로 태어난 것이 부모님으로부터 수억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 보다 더 큰 유산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점점 느껴지는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외모 이외에 자신의 매력을 높이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겠지요. 

이 기회에 우리 병원의 마케팅 메시지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위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그리고 좀 더 세련되고 수준높은 메시지를 개발할 수 있을지 고려해 봐야 하겠습니다.


Note: 위의 내용은 [소비자 심리의 이해, 홍성태 저, 1992] 를 참조,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21. Sunk Cost Fallacy

한 다국적 제약회사는 현재 두가지 신약 물질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A 물질은 자체개발을 한 물질입니다. 그동안 연구 개발비로 100억원을 썼고, 향후 50억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데 기대 수익은 380억원입니다.
  • B 물질은 한 벤처회사에서 개발한 물질인데, 현 단계에서 우리 회사에 팔겠다고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 물질을 사오는 가격과 향후 런칭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총 150억원이고, 향후 기대 수익은 450억원입니다.

[그림 1]



회사는 두 물질에 다 투자할 여력은 없어, 두 제품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물질을 선택해야 할까요?

B물질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의 논리는 아래와 같은 것입니다. 
  • A 물질은 150억원을 투자해서 380억원의 수익을 남긴다.  
  • B 물질은 150억원을 투자해서 450억원의 수익을 남긴다. 
  • 따라서 투자대비 수익은 B 가 더 크다.  
[그림 2]




한편 A 물질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의 논리는 좀 다를 것입니다. 
  • 회사 입장에서 기왕에 투자한 돈은 100억인데, 이 돈은 A물질을 선택하던지, B물질을 선택하던지 이미 들어간 돈이다. 
  • A 물질을 선택하면 앞으로 50억이 추가로 들어가고, 380억원의 수익을 남긴다. 투자 대비 수익은 380억-50억=330억. 
  • B 물질을 선택하면 앞으로 150억이 추가로 들어가고, 450억원의 수익이 남긴다. 투자 대비 수익은 450억-150억=300억.
  • 따라서 현 시점에서 투자대비 수익은 A가 더 크다. 
[그림 3]


사실 회사의 입장에서 이미 100억원은 쓴 돈이고 A를 선택하건 B를 선택하건 달라질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기존에 쓴 돈은 잊어버리고 향후 들어갈 돈과 향후 벌어들일 돈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위의 문제의 답은 A 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왕에 쓴 돈 100억원에 집착해서 의사결정을 그르치는 것을 Sunk Cost Fallacy 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런 Sunk Cost Fallacy 를 범하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주식 투자를 할 때 입니다. 기왕에 잃은 돈이 아까와 떨어지고 있는 주식을 손절매 못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혼기를 놓친 처녀 총각이 자신이 과거에 한창 잘 나갈 때 만났던 이성의 수준을 생각하고 눈을 못 낮추는 것도 비슷한 경우일까요?

병원을 개업한지 일년차 된 원장님이 지난 일년동안 열심히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이 잘 안된다면 목을 잘 못 잡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그동안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이 sunk cost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이 sunk cost fallacy 에 빠지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 초기에 거액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지만, 병원을 경영하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초기 인테리어를 철거하고, 상당 부분 인테리어를 다시 했습니다. 
그럴 때 혹자는 기존에 투자한 돈 아까운줄 모르고 다시 한다고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익이 안나는데도 불구하고 기존에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이 아까와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은 sunk cost fallacy 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원의 박람회에 다녀보면, 산부인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심지어 정신과 전문의들이 피부 레이저 시술 강좌를 듣고 있는 것을 봅니다. 
두가지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개원가에서 과별 경계가 무너지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고, 또 한가지는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들은 짜증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 선생님들의 개인 입장에서 본다면, 수익이 나지 않는 전공과를 포기하고, 과감하게 컨셉을 바꾸는 시도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sunk cost fallacy 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비정상적인 고질적 저수가 정책이 이런 식으로 의료시장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20. 규모의 경제를 통한 변동성 관리

MBA 시절 어느 컨설팅 회사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자: "Re-Insurance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그 회사는 비슷한 규모의 또 다른 Re-Insurance 회사를 M&A 하려고 합니다.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나: "Re-Insurance 라는게 어떤 회사인가요?"

질문자: "보험회사가 보험을 드는 회사입니다. ING, AIG 같은 큰 보험회사도 자신들이 예측 못한 규모의 지급금을 주어야 할 때를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둡니다. Re0Insurance 란 이런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을 들어주는 회사인데 주로 금융이 발달한 영국 같은데 있습니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들도 다 여기 보험을 들어 둡니다."

나: "근데 이 회사는 M&A 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질문자: "일단 그것을 생각해 보시는게 문제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죠."

나: "일단 규모가 크면 지급금이 예측못한 수준으로 많아지는 위험을 관리하기 편하지 않을까요?"
"규모를 키워서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보험 사업을 하기 위해서인가요?"
"경쟁사를 집어 삼켜서, 독과점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질문자: "다 좋은데, 그런 식으로 일반적인 M&A 케이스에서 생각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기에는 이미 충분히 규모가 큰 회사입니다. 현재의 규모도 이미 충분히 커서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M&A 를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이유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나: 침묵...

질문자: "좀 어려운가요? 힌트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파이낸스 적으로 생각을 해 보시지요."

나: (속으로) '파이낸스적으로 생각하라니... 힌트 맞아?'
저는 머리속이 하예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침묵을 지키고 있자 질문자는 다지 얘기를 꺼냈습니다. 

질문자: "고등학교 때 정규분포 배우셨죠?"

질문자는 침묵을 지키는 저에게 생각을 도와주고자 힌트를 주었습니다. 그 순간 번득 생각이 난 것은 고등학교 수학 정석에 나왔던 "큰 수의 법칙"이라는부분이었습니다.

"N수가 많아지면 정규분포의 폭이 √N 에 반비례해서 좁아진다."

수학 정석 이항분포, 정규분포에 나오는 문제입니다. 

1. 동전을 100번 던질 때 앞이 나올 확률과 표준편차는?
2. 동전을 10,000번 던질 때 앞이 나올 확률과 표준편차는?

문제 1의 경우,
B(100,0.5) => N(100*0.5, 100*0.5*0.5), 즉 평균은 100*0.5=50, 표준편차는 √(100∗0.5∗0.5)=√25=5
-σ~+σ = 45/100~55/100=0.45~0.55

[그림 1]




문제 2의 경우,
B(10000,0.5) => N(10000*0.5, 10000*0.5*0.5), 즉 평균은 10000*0.5=5000, 표준편차는 √(10000∗0.5∗0.5)=√2500=50
-σ~+σ = 4950/10000~5050/10000=0.495~0.505

[그림 2]


즉 동전을 100번 던지나 10,000번 던지나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인데, 표준편차가 적어지는 것입니다. N 수가 커지면 변동성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맡아서 그 돈으로 자산 운용을 해서 수익을 냅니다. 그런데 사고가 날경우 고객에게 돈을 지급해야 하므로, 일정 금액은 지급준비금으로 비축해두고 나머지 돈으로 자산운용을 합니다. 이 때 지급 준비금은 사고율을 기반으로 책정합니다.

[그림 3]



예를 들어 평균 사고율이 10% 라고 합시다. 그런데 사고율이 10% 라고 하는 것은 사고율의 평균치입니다. 실제 사고는 10%-σ 에서 10%+σ 로 분포를 하겠지요. 보험회사는 10%만 지급 준비금으로 비축하는 것이 아니라, 10%+σ 를 비축하고, 나머지 돈만 자산운용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 4]



그런데 규모가 커지면 정규분포의 종모양이 가운데로 수렴하게 되니, σ 가 작아지면서, 자산운용을 할 수 있는 돈의 비중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림 5]



ReInsurance 가 또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려는 것이 여기에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참을 버벅대면서 나름 열심히 풀었지만, 결국 이 회사에서 오퍼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동아일보 착한병원 소개 코너에 어느 한 재활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 시간을 환자의 컨디션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치료 스케줄 조정에 대한 압박도 없다. 보통 병원에서 재활훈련을 받으려면 훈련실 이용시간, 치료사 스케줄 등에 맞춰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한 시간이 지나면 한참 대기했다가 훈련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들에겐 큰 불편이다.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렵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약속 시간을 불가피하게 조정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병원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입원실 앞 재활치료실에는 치료사들이 365일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 훈련하면 된다."
- 동아일보, 착한병원

이 기사를 보면서 저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들을 위해서 착하게 운영하는 것은 좋은데, 이렇게 해서 과연 경영이 가능할것인가?

물리치료실을 운영할 때 경영의 가장 핵심은 "부도율"입니다. 환자가 예약이 되어 있다가 펑크를 내게 되면 물리치료사가 놀게 됩니다. 물리치료사 인건비는 나가는데 물리치료 수가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부도라고 일컫습니다. 병원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총 치료 시간 중에 부도가 난 시간의 비율을 부도율이라고 합니다.

위의 재활병원 같이 운영을 하면 부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부도율이 높아도 환자에게 서비스를 해주자는 순진하고 착한 마음으로 경영하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는 병원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가능하게 만드는 뭔가 요소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답은 병원의 규모에 있었습니다. 이 병언은 560병상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규모가 작은 병원에 비해서, 규모가 큰 만큼 환자의컨디션이 나빠 펑크를 내는 확률의 변동성이 적어집니다 (정규분포 종모양이 좁아집니다). 환자 요인에서 펑크를 내는 확률을 예측하기가 쉬워지니, 물리치료사 수를 거기에 맞춰 운영할 수 있습니다. 예측이 가능하니 부도율이 오르는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규모를 키운 것이 병원 경영을 안정화 시키고, 그 혜택이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바람직한 시스템을 구축한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규모의 경제" 라고 하면 흔히 "규모가 커지면서 고정비가 희석되어 생산단가가 떨어지는 측면" 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변동성을 줄인다."는 측면도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인 듯 합니다.

19.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할 수 없다.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할 수 없다."

브래드피트 주연의 머니볼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브래드피트는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라는 팀의 단장 빌리빈 역으로 나옵니다.


[그림 1] 머니볼 영화 포스터



양키스나 다저스 같은 돈 많은 구단과는 반대로, 오클랜드 팀은 재정적인 어려움에 허덕이는 팀입니다. 우수한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것을 꿈을 꿀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 브래드피트는 예일대 경제학과 출신의 수학 천재 피터를 영입하고, 그의 도움으로 팀의 승리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지표를 찾게 됩니다.
기존에는 야구선수들을 평가할 때 타율, 타점, 홈런 수, 도루 수 등을 활용했지만, 빌리빈과 피터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 라는 지표가 팀의 승리와 가장 연관성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출루율은 각 타자들이 포볼이건 데드볼이건 상관없이 1루까지 갈 확률입니다.
장타율은 가능한 멀리 쳐내서 1루 보다 2루 3루까지 갈 확률입니다.
결국, 안타를 쳤건, 포볼로 나갔건 상관없이, OPS (=출루율+장타율) 이 높은 선수들이 팀의 승리에 기여하는 연관성이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고 많은 스카우터들과 감독들은 비웃었습니다. 그들은 "스포츠는 수학이나 통계가 아니라, 오랜 경험과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직관적 판단력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빌리빈과 피터는 OPS 지표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몸값이 싼 소외된 선수들을 영입합니다. 그리고, 그 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20연승의 대기록을 세우고, 지구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회사나 병원같은 성과를 추구하는 조직에서 지표를 통해 관리하는 데 중요한 인사이트를 줍니다.

조직을 운영하면서 KPI (Key Performance Index, 핵심성과지표) 를 활용하면 성과를 관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조직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사장이 직원들을 모아두고, 회의를 하면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라고 독려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그런데 직원들은 사장의 말에는 동감을 하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영업 전선에 서 있는 직원들은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자." 정도를 생각합니다.
반면, 전화를 받는 직원, 수납을 하는 직원은 전혀 갈피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을 명시해주고, 그 진척 현황을 지표로 만들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KPI 의 기능입니다.

저희 병원에서 시도해보는 KPI 를 소개해 봅니다.
저희 병원 직원들의 KPI 는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는 경로를 기초로 설계했습니다.  
고객 (환자)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병원에 전화를 하게 됩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고객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을 하고, 상담실장과 통화를 하도록 연결해 줍니다.
상담실장은 전화로 상담을 하기도 하고, 고객을 병원으로 직접 찾아오게 해서 대면 상담을 합니다.
그리고 고객은 최종 입원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림2] 환자들의 입원 의사결정 경로



우선 인터넷을 통해서 우리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정보를 얻는 사람을 100명이라고 가정합시다. (이 숫자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이 중 우리 홈페이지에 있는 정보가 마음에 들어서 우리 병원으로 실제 전화를 하는 사람은 일부일 것입니다. 이를 20명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데스크 직원이 전화를 받아 상담실장에게 전화를 연결시킬 때, 18명이 상담실장과 전화통화를 하게 됩니다. (2명 탈락)
이중 실제 병원에 내원해서 대면상담을 하게 되는 사람은 13명입니다. (5명 탈락)
상담실장과 대면 상담을 하고 최종적으로 입원 결정을 하는 사람은 10명입니다. (3명 탈락)
그림 2는 각 단계별로 고객 수를 푸른색으로 표현하고, 단계 사이에 탈락자 수를 노란색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계단식 분수와 비슷하다고 해서 Cascade chart 라고 합니다.


[그림 3] Cascade chart




이 차트를 통해서, 여러 단계 중, 탈락자 수가 많은 단계를 집중 관리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단계에 있는 담당자에게 KPI 를 부여하게 됩니다.


[그림 4] 담당자 별 KPI (Key Performance Index, 핵심성과지표)


우선 홈페이지를 본 사람 중에 실제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일일 문의 전화수"와 "전화수 / 마케팅비용"의 KPI 를 부여합니다.
데스크 직원은 "전화 착신율" 과 "상담실장 연결 건수 / 문의 전화 건수" 의 KPI 를 부여합니다.
상담실장에게는 "내원 건수/ 전화상담 건수", 그리고 "입원 건수/ 상담 건수" 의 KPI 를 부여합니다.

이런 식으로 각 담당자에게 자신의 할일을 명확하게 지정해주고, 정기적으로 그 성적을 업데이트해 주면서 자신의 업무 수행의 정도를 피드백 해 주면 보다 효율적으로 직원들의 업무관리가 가능해집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면은 직원들 중 누가 잘 하고 있고, 누가 자신의 업무를 충분히 해 내지 못하고 있는지, 직원과 사용자가 객관적으로 공감하고, 의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4년 10월 22일 수요일

18. 가격차별화

아래 그림은 중학교 사회시간에 배웠던 수요곡선 입니다. 이 수요곡선을 두고 생각하면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림 1]


어떤 상품이 100원일때 100개가 팔린다고 합시다
150원으로 가격을 올리니 80개만 팔렸습니다. 70원으로 가격을 내리니 120개가 팔렸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늘어난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그래프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격은 얼마로 하는게 좋을까요
혹자는 가격이 높을수록 좋다고 하나, 가격이 높으면 수요가 줄어들 위험이 있습니다. 저가로 박리다매가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컷 팔았는데 별로 남는게 없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림 2]







결국 정답은 수익 극대화에 있습니다.  
가장 많이 돈을 버는 지점에 가격을 책정할 때 수익이 극대화 될 수 있겠지요.
회사가 버는 돈은 가격x판매량 입니다. 그림 2에서 노란색 사각형의 면적이 가격x판매량이니 매출이 됩니다. 
노란색 사각형의 면적이 최대화되는 지점에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입니다.

항암제 가격은 1,0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인 반면, 고혈압약, 당뇨병약 등은 몇백원 수준으로 저렴합니다우리는 어렴풋이 항암제 만드는 비용이 고혈압약 만드는 비용보다 비쌀 것이기 때문이리라고 추정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항암제는 소비자가 울려 겨자먹기로 구매를 해야 하는 상품입니다. 구매를 안하면 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가격이 올라간다고 해서 수요량이 별로 줄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가격 탄력성이 낮다고 얘기합니다


[그림 3]


한편 고혈압약이나 당뇨병약은 안먹으면 안되는 약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생명이 위태롭지는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격 탄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그림 4처럼 수요곡선이 완만해지므로 가격을 낮추고 판매량을 높일 때 노란색 사각형의 면적이 최대가 됩니다.

[그림 4]


이런식으로 매출을 최대화 하는 포인트(P0)에서 가격을 책정할 때 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림 5]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그림 5에서, A 위치에 있는 사람은 가격이 높아도 상품을 살 의향(지불용의)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는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었는데(P1), 안타깝게도 저렴한 가격으로 (P0) 판매했습니다. 
한편 C 위치에 있는 사람은 지불용의가 낮은 사람입니다. 가격을 좀 깎아주었더라면 (P2) 판매할 수 있었는데, 괜히 높은 가격(P0)을 고집했나봅니다. 그냥 돌려보내고 말았습니다. 

만일 A 에게는 고가의 가격(P1)을 받고, C 에게는 저가로 깎아줄 수 있으면(P2)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할수만 있다면, 그림 6과 같이 노란 사각형 면적을 더 넓힐 수 있게 되겠지요.

[그림 6]




이쯤 되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나요?
그런데 이런 일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자 쿠폰의 경우입니다.
피자의 경우 쿠폰을 통해서 구매하면 반값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희 와이프의 경우 쿠폰 없이 피자를 먹는 것은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저희 와이프는 조그만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그 가방 안을 보면 쿠폰이 수북히 들어있습니다. 잡지나 신문 찌라시에 들어있는 쿠폰을 열심히 모으곤 합니다.
반면 저 같은 사람은 "그런거 모을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지." 하면서 쿠폰 모으는 것을 귀찮아합니다. 바빠죽겠는데, 그거 챙길바에 차라리 몇천원 더 주고 피자를 사먹고 말지요.
이 경우 제 와이프는 C 에 서 있는 사람이고 저 같은 사람은 A 위치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의과대학 3학년 시절 샀던 해리슨 내과 교과서도 비슷합니다. 
미국에서 해리슨을 사면 300불 정도 합니다한국에서 해리슨을 사면 100 ( 10만원) 정도 합니다.
만일 한국에서 300불을 받으면 해적판이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해적판을 쓰다가 걸리면 Honor code 위반으로 징계를 당합니다. 미국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300불을 내고 책을 사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 학생들은 A 에 위치한 사람들이고한국 사람들은 에 위치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동일한 책을 미국 학생들에게만 비싸게 팔면, 미국 학생들이 화가 나겠지요.

미국 해리슨은 하드커버에 종이 질이 좋습니다. 한국 해리슨은 소프트커버에 종이는 습자지같이 얇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용은 똑같다는 점입니다.
해리슨 교과서의 본질은 내용인데, 단지 커버와 종이질이 다르다는 것으로 3배 차이나는 가격을 받습니다.
그정도 차이만 두어도 미국 학생들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고객들은 참 너그럽습니다.


[그림 7]

위 그림은 제 책장에 꽂혀있는 책입니다. 오른쪽 아래 노란색 부분에 "이 책은 인터네셔널 학생들을 위한 책으로 미국 이외의 장소에서만 사용가능하다." 라고 씌여져 있습니다.
미국 학생들이 이 책을 해외에서 구매한 다음 버젓이 학교에 들고 다니면, 이 또한 Honor code 위반입니다. 

미국에서 유학할 시절 보았던 재미있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어느 제약회사에서 만든 항생제인데, 가격이 100불 정도 되는 비싼 약입니다. 그런데 동일한 항생제가 동물을 상대로 판매되는데 가격이 30센트 입니다. 
한 괴짜 의사가 동물용 항생제를 사서 그것을 자기 환자들에게 주다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제약회사 임원이 TV 인터뷰를 하면서 "그 약은 사람에게 어떤 임상실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에게 투여하면 어떤 위험이 있을지 책임질 수 없다." 라고 경고를 했습니다. 
그 다음 컷에 괴짜 의사가 나와서 "동일한 성분의 동일한 효과의 약이다." 라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결국 그 의사의 행동은 금지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있었더라면 아마 제약회사는 부도덕한 회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곳이어서인지, 그 회사의 정책을 보호해 주는 쪽으로 법집행이 되었습니다. 제약회사는 자신들의 상품을 사람에게는 100불, 동물에게는 30센트에 팔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지요.
이 경우 사람은 A 위치에 있고, 동물은 C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와이프는 프리미엄 아울렛을 좋아합니다. 
구찌 가방을 살 때 도심 백화점에서는 고가로 팔리는데, 프리미엄 아울렛을 가면 저가로 살 수 있습니다
물론 동일한 가방은 아닙니다. 도심 백화점 상품은 흠이 없는 상품이고,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사는 상품은 흠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흠이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가방 내부에 붙어있는 태그에 찍혀있는 글씨가 살짝 잘못 프린트 된 수준입니다. 
그 정도면 차이가 있어도 도심에서 정가 주고 사는 고객들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럼 도심 백화점에서 정가 주고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많습니다. 
저도 총각시절 연애하는 아가씨의 환심을 사기위해서는 도심 백화점에서 정가를 주고 고액의 명품 가방을 산 적이 있습니다. 연애할 때 프리미엄 아울렛 가서 싼 거 사자고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간지가 안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난 지금은 와이프와 신나게 프리미엄 아울렛을 휘젓고 다니며 쇼핑을 하곤 합니다
인생의 라이프 사이클이 변하면서 A 위치에 있던 사람이 C 위치로 옮겨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격차별화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1. 회사의 입장에서 고객의 지불용의가 높은지 낮은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고객이 지불용의가 높고 낮음을 알아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싼 가격으로 사고 싶다고 대답하겠지요. 비즈니스를 잘 하는 회사들은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 두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쿠폰입니다. 쿠폰을 열심히 모으는 사람은 지불용의가 낮은 사람입니다. 쿠폰으로 살 수 있는 피자를 쿠폰 없이 사려는 사람은 지불용의가 높은 사람입니다.  
성형외과에서 고객의 직업을 적게 하고 그 직업에 따라 가격을 부른다면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경우, 고객이 웹싸이트에 접속할 때 경로를 보고 지불용의를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 싸이트에서 아마존으로 넘어온 고객은 가격 비교를 하는 사람이니 지불용의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색엔진을 통해서 들어오거나, 주소창에 직접 아마존을 치고 들어오는 사람은 가격비교를 안하는 사람이니 지불용의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싼 물건을 사는 고객은 댓가를 치루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탈 때 이코노미석은 일부러 좌석을 비좁고 불편하게 만듧니다. 이코노미석을 편안하게 만들면 비싼 돈 내고 비즈니스석을 타려는 사람이 없겠지요. 
프리미엄 아울렛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명품 가방을 싸게 구매하면서 너무 쉽게 살 수 있기까지 하면, 도심의 백화점은 파리를 날릴 것입니다. 적어도 장거리를 운전하면서 노력과 시간을 써야 싼 가격으로 명품 가방을 손에 얻을 수 있도록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3. 상품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아울렛에서 사는 상품은 태그에 프린트가 잘 안되어 있다던가, 미국령 밖에서 사는 교과서는 소프트 커버로 만들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상품에 차이를 두는 것이 그 예입니다. 
큰 차이가 아니라 아주 작은 차이에도 고객들은 너그럽게 넘어가 줍니다. 

사실 병원의 경우, 정부에서 가격을 통제하니, 가격차별화는 비급여 항목에서 고려해 볼만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6인실, 4인실, 2인실, 1인실입니다. 대학 병원들의 경우 특실을 만들어 두고 엄청난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건강검진센터에서도 가격차별화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 경우 상품의 차별화를 통한 가격차별화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림 8] 대학병원에서의 건강검진 가격표


원가보다 낮은 저수가로 병원 경영이 어려운 요즘, 비급여 항목의 가격차별화 정책은 병원이 생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17. 자본 투자의 힘

의대 졸업반 시절이던 1998년 말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맞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 왜 이런 외환위기가 왔는가에 대하여 여러가지 진단이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 라는 진단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성급하게 OECD에 가입했고, 마치 선진국이 된 양 일은 열심히 안하고, 흥청망청 해외 여행이나 다니고 과소비를 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저는 "역시 한국사람들은 한심하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몇년 후 미국 유학을 가서 좀 의아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게으른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구좌를 하나 트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느릿 느릿 움직이는 은행 직원을 보고 있자니 속에 열불이 났습니다.

은행 직원이 다른 고객과 얘기하고 있을 때, 간단한 질문만 하면 되는 상황이어서 "Excuse me." 라고 말을 걸었더니, 그 직원은 "Hey! I'm talking with him." 하면서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물론 다른 고객과 얘기하고 있는 중에 제가 끼어들었으니 제가 잘못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하늘같은 고객에게 화를 내다니.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데,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었습니다.

앞에 앉아있는 고객의 일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걸려온 전화를 응대하기도 하고. 현재 처리하는 고객의 일이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그 중간에 다른 고객의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는 우리나라의 은행직원들. 그러면서도 상냥한 미소를 유지하는 우리나라 은행 직원들은 정말이지 슈퍼맨, 슈퍼우먼 들입니다.

이런 광경은 미국 주유소에 갔을 때 더 심했습니다.미국 주유소는 대부분 셀프 주유소입니다. 쥬유기가 8대 있는데, 관리하는 사람은 한명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하루종일 무슨일을 할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고객들은 스스로 알아서 주유기를 작동해서 주유를 했고, 관리하는 사람은 하루종일 앉아있기만 했습니다.

아주 가끔, 주유기가 문제를 일으키면, 관리하는 직원에게 가서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럴 때면 그 사람은 거구의 몸을 흔들면서 느릿 느릿 걸어나와서 문제의 주유기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주유기를 고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느릿 느릿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주유기를 고치는 회사로 전화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하루종일 앉아있다가, 주유기가 문제가 생길 경우 고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일의 전부였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주유소 직원들은 성실하고 빠릿 빠릿합니다. 직접 주유를 해 주고, 기다리는 시간에는 유리창도 닦아줍니다. 차 안에 쓰레기 버릴 것 없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기도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예쁜 애들이 상냥한 웃음까지 지어 주어서, 저같은 아저씨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심지어는 지나가는 차를 호객하기 위해 음악을 틀어놓고 춤도 추기도 합니다. 참 예쁘고 성실한 젊은이들입니다.

[그림 1]


하루가 지났습니다. 미국 주유소 직원 한명과 우리나라 주유소 직원 한명을 비교하면 누가 돈을 더 많이 벌었을까요?
미국 주유소 직원은 한명이 8대의 주유기를 관리했고, 우리나라 주유소 직원은 한명이 한대의 주유기를 관리했습니다. 결국 돈을 번 걸로 따지니 미국 주유소 직원이 상대도 안되게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공식 1]

Y=A*F(K,N)

MBA 시절 거시경제학 시간에 배웠던 공식입니다.
한 나라의 생산량 (Y, GDP) 는 노동량(L) 과 투입된 자본량(K) 으로 이루어진 함수값에 생산성(A)을 곱한 값으로 나타난다.

생산성은 노동량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량과 자본량의 곱으로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미국 주유소의 경우 노동량은 적지만 자본량이 많이 투자되면서 한 사람당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얘기였습니다.

같은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도 선진국과 후진국의 인건비가 차이가 나는 이유도 이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골드만삭스 건물의 유리를 닦는 유리창닦이와 후진국 어느 나라의 건물 유리를 닦는 유리창닦이의 월급이 차이가 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노동의 성격은 같은 것 같지만 그 노동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차이가 나는 이유입니다.

이 이론을 배우고 나니, 결국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온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심하고,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보다는 투자된 자본량 (K) 와 생산성 (A) 의 차이가 문제였습니다. 결국 정부 정책과 기업들의 경영 부실을 국민의 탓으로 돌린 셈이었습니다.

이 이론을 병원 산업에 적용시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의사의 노동력을 노동력(N) 이라 간주하고, 다른 설비와 직원들의 노동력을 합해서 자본투자(K) 라 간주합시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미용을 대상으로 하며, 비급여 진료를 한다는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노동력과 자본투자 둘 중 어느쪽에 의존하는지를 살펴보면 확연하게 다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는 의사의 노동력(N)에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의사가 수술을 해야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의사가 쉬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반면 피부과는 의사가 진료를 하고, 처방을 내면 피부관리사가 서비스를 합니다. 의사가 하루 정도 쉬어도 피부관리실은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부관리사 및 피부관리실 같은 자본 투자(K)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는 환자 수를 늘리려면 의사의 노동력(N)이 증가해야 하지만, 피부과는 의사의 노동력 증가 없이도 피부관리사(K)를 더 충원해서 환자 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성인 정신건강의학과와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모델도 비슷한 논리로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은 대부분 의사가 직접 환자 상담을 하십니다. 이 경우 의사의 노동력(N)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은 심리상담사, 놀이치료사를 고용해서, 상담치료를 맡깁니다. 의사는 환자를 한달에 한번 정도 보면서 어떤 종류의 상담치료를 받을지 처방을 하면, 환자는 일주일에 1~3번씩 병원에 방문하여 심리상담, 놀이치료를 받곤 합니다. 이 경우 심리상담사, 놀이치료사 같은 직원과 치료실을 포함하는 자본 투자(K)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원과 요양병원
저는 정신과 외래 진료를 하다가, 최근 요양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정신과 외래 진료는 제가 직접 환자를 다 봐야 하는 반면, 요양병원은 환자를 잘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비즈니스입니다. 저 같은 경우 정신과 외래 진료를 할 때는 제 노동력(N)에 의존해서 비즈니스를 영위했다면, 현재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는 자본 투자(K) 에 이존해서 비즈니스를 영위한다고 하겠습니다.

노동력(N)에 의존하는 비즈니사와 자본투자(K)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중 어느쪽이 더 좋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해서 성심 성의껏 진료하는 것이 전자의 모습입니다.
반면 위험을 감내하고, 자본을 투자하고, 직원들을 교육하고,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여 대규모로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후자의 모습입니다. 의사가 시간 여유가 생기는 것은 후자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후자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을 나의 복제인간으로 만들어 일하도록 만드는 리더십과 경영마인드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4년 10월 10일 금요일

16. 해변의 핫도그 장사에게 배우는 길목을 차지하기

탐은 해변에 핫도그 가판대를 차렸습니다. 해변에는 피서객들이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탐의 핫도그는 가격도 싸고 맛도 좋아서 해변 피서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림 1]
그림 1에서 붉은 네모는 탐의 가판대 위치이고, 붉은 화살표는 탐에게 핫도그를 사 먹는 고객들의 분포입니다. 

탐의  핫도그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고, 샘은 바로 옆에 핫도그 가판대를 차렸습니다.
탐과 샘의 핫도그는 맛도 똑같고 가격도 똑같다고 가정합시다. 

[그림 2]

그렇게 되자, 오른쪽에 있는 고객들(푸른 화살표)은 샘의 가판대에서, 왼쪽에 있는 고객들(붉은 화살표)은 탐의 가판대에서 핫도그를 사 먹게 됩니다. 가격과 맛이 똑같으니 걸어오다 먼저 만나는 곳에서 핫도그를 사게 되겠지요.

샘이 80%의 고객을 차지하는 것을 본 탐은 화가 났습니다. 가판대를 샘보다 오른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제 전세는 역전되어 탐이 보다 많은 고객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림 3]


샘이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다시 탐보다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이런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정 중앙에 두 사람은 위치하게 되고 여기에서 평형 (Equilibrium)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림 4]


이런 일은 현실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선거 바로 전날 밤 가장 일치를 이룬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거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은 선명성이 있습니다. 공화당은 보수적 정책을 추구하고, 민주당은 진보적 정책을 추구합니다. 소위 집토끼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선거철이 되면 정책이 중간으로 모여들게 됩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써는 민주당보다 조금만 오른쪽에 있어도, 오른쪽에 있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공화당보다 조금만 왼쪽에 있으면 왼쪽에 있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른쪽 끝에 있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공화당 후보의 정책이 비록 마음에 안들더라도 민주당 후보의 정책보다 상대적으로 오른쪽에 있는 공화당을 찍을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림 5]


이 현상은 지난 대선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새누리당이 쏟아낸 정책을 보면 보수정당 맞나 싶을 정도로 복지 정책이 많았습니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유소가 한곳에 몰려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경쟁자들이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위치하면 좋을텐데 굳이 다닥 다닥 붙어 있는 이유도 나름 핫도그 장사처럼 최적의 위치에 위치해서 평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미국 고속도로에서는 맥도널드와 버거킹도 인접해서 위치한 것도 위의 모델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현상을 병원의 위치를 잡는데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대치동에서 소아정신과를 오픈 할 때 학여울 역에 오픈했습니다. 학여울역은 대치동에서는 좀 외진 곳이지만, 잠실과 분당에서 대치동으로 유입되는 경로상으로 보면 길목에 위치한 장소입니다.
기존의 다른 병원들이 대치동 가운데 위치해 있을 때 저는 잠실과 분당에서 대치동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함으로써 잠실, 분당 환자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6]


비슷한 논리로 분당 미금역을 들 수 있습니다. 분당 미금역은 분당에서는 남쪽 끝에 위치하여, 좀 외진 곳일지 몰라도, 죽전, 수지 등에서 분당으로 유입되는 길목에 위치한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분당 미금역 사거리에는 같은 진료과 병원들이 4,5개 이상씩 몰려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미금역 사거리에서 동남쪽 사분면이 최적의 상권인 이유도 생각해 보면 재미있습니다.
수지 인구가 분당으로 들어올 때 버스에서 내리는 곳은 동남쪽,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버스타는 곳은 서남쪽이 됩니다. 사람들은 도착하는 곳에서 볼일을 보기를 선호하고, 출발하는 곳은 구매 욕구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병원이 잘되고 안되고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위에서도 두명의 핫도그 장사가 맛과 가격이 같다고 가정을 했지만, 현실에서는 두 핫도그의 맛과 가격이 차별화된다면 위치만으로 치열하게 다툴 필요는 없겠지요. 마찬가지로 제 경험을 볼 때 잘되는 병원의 가장 큰 핵심 성공 요소는 의사선생님의 진료 및 서비스 수준입니다.


2014년 10월 8일 수요일

12. 소아과의 계절 변동성 (Seasonality)을 어떻게 해결하나?

"소아과의 계절변동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한 소아과 원장님이 질문하셨습니다. 
소아과는 겨울이나 환절기에는 감기 환자가 많아 특수를 누리는 반면, 여름에는 한산해서 경영적 어려움을 겪는다더군요.

그림 1. 소아과의 계절변동성


계절변동성이 있는 비즈니스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제가 운영했던 소아정신과도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대치동과 분당에서 두번 개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두 지역의 계절성의 패턴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대치동에서는 방학 때 환자수가 늘었던 반면, 분당은 신학기에 환자수가 늘었습니다. 

그림 2. 소아정신과의 계절성



















같은 소아정신과라도 지역에 따라 이런 패턴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ADHD 아동들이 병원을 찾아오는 행동패턴의 차이가 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치동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ADHD인지 병식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학기중에는 학교와 학원 스케쥴로 바쁘다가 방학 때 마음먹고 아동의 집중력을 증진시키려고 병원을 찾아오는 듯 했습니다. 
한편 분당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ADHD인지 병식이 없다가,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병원을 찾게 되는 듯 했습니다. 

이런식으로 시즌에 따라 매출의 변동이 심한 경우, 성수기 때는 돗대기 시장 분위기에서 일이 많아 힘들고, 비수기 때는 파리날리는 분위기에서 재정적으로 힘이 듧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산업에서 배울 점을 찾는 것을 벤치마킹이라고 합니다. 계절변동성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때 가장 배울만한 산업은 스키장입니다. 스키장은 일년 중 겨울철만 운영이 됩니다. 스키장은 계절변동성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첫째는 비용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고정비와 변동비를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고정비는 매출과 상관 없이 일정하게 나가는 비용입니다. 변동비는 매출이 높아지면 비례해서 같이 높아지는 비용입니다.
한번 뽑으면 함부로 해고할 수 없는 정규직 직원들의 인건비는 고정비입니다. 
반면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인건비는 변동비의 성격이 강합니다. 대학 스키 동아리 학생들은 겨울철에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키도 타고 싶은 니즈가 있습니다. 비수기인 여름철에는 이들은 알아서 학교로 복귀합니다.
스키장 입장에서는 정규직 직원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여름철 비수기에는 직원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겨울철 성수기에는 직원을 많이 고용하는 식으로 유지하겠지요.
병원이 바쁜 성수기 때 인력을 새로 뽑지 않고, 원장님 사모님들이 병원에 나와 일손을 돕는 것은 비슷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는 여름철에 놀고 있는 시설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고정비 중에 정규직 직원 인건비 말고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입니다.
스키장들은 콘도와 컨벤션 센터 같은 부동산 자산을 여름철에는 회사 직원들 워크샵에 대여하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스키장들이 여름철에 가족들을 위한 야외 바베큐를 할 자리를 마련한다던가 하는 상품들을 개발해서 여름철에도 제법 북적북적 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 같은 스키 선진국의 스키장들은 더 적극적으로 여름철 비즈니스를 개발했습니다. 여름철에 스키장은 주변의 산을 활용해서 산악자전거, 레프팅, 글램핑, 그리고 마치 유격훈련을 연상하게 하는 체험 훈련 등 다양한 레포츠로 사람들을 유입하고 있습니다. 

세째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최적점을 찾아 운영하는 방법입니다. 
아래의 문제를 풀어보면 수익 극대화 최적점을 찾아내는 방법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문제
A 소아과는 3월부터 8월까지는 비수기입니다. 하루 평균 60명의 환자가 내원합니다. 
한편 9월부터 2월까지는 성수기입니다. 하루평균 환자수는 9월 80명, 10월 120명, 11월 170명, 12월 200명, 1월 180명, 2월 150명 입니다.

A 소아과는 직원이 현재 2명이 있습니다. 2명의 직원으로는 하루 평균 100명 정도의 환자를 보는 것이 최대치입니다. 원장님은 더 보고 싶은데, 직원들이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해서 더 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11월부터 2월까지는 문앞까지 왔다가, 진료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A 소아과 원장님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3~8월은 100명을 볼 수 있는데 60명밖에 못 보니, 유휴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셈이고, 9월부터 2월까지는 직원이 모자라, 오는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직원을 늘리자니 비수기 때 낭비가 심한 것 같고, 현재의 2명으로 유지하려 성수기 때는 잠재 고객을 포기하는 셈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풀이
우선 A 소아과의 환자수를 그래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서 제조업에서 쓰는 두가지 비용 개념을 차용해 봅시다. 
  • 재고 비용 (Inventory Cost): 상품이 쌓여 있는데 수요가 없어 못 파는 경우
  • 수주 잔량 (Backlog Cost): 수요는 있는데 상품이 없어 못 파는 경우

이 개념을 소아과에 적용시켜 본다면, 환자수에 비해 직원이 남아도는 경우는 재고 비용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월에서 9월까지가 재고 비용이 발생하는 때 입니다. 

한편 직원이 모자라서 오는 환자들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수주잔량에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10월에서 2월까지가 수주잔량이 발생하는 때 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푸른색 부분은 재고비용에 해당되고, 붉은 색 부분은 수주잔량에 해당됩니다. 
  • 환자 한명당 재고비용은 30,000원 이라고 하겠습니다. 직원 한명(인건비 150만원)이 환자 50명을 커버할 수 있으므로, 150만원/50명=30,000원/월 
  • 환자 한명당 수주잔량은 25만원이라고 하겠습니다. 환자 1인당 수입 (10,000원) * 25일 = 25만원/월 

현재와 같이 직원이 2명일 경우 연간 재고비용은 780만원, 연간 수주잔량은 88백만원이라고 하겠습니다. 

한편 직원을 3명을 확보할 경우 재고비용은 증가하고 수주잔량은 감소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직원수의 변화에 따른 재고비용과 수주잔량의 합이 변화를 하는데, 재고비용과 수주잔량이 최소화되는 지점이 수익이 최대화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화시키기 위해 직원 수에 따라 환자를 볼 수 있는 Capacity 가 변화한다고 가정했으나 현실에서는 의사 수, 의사의 노동량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을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이 원리를 통해 최적점을 찾는 것은 동일할 것입니다. 

네번째 방법은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계절변동성의 해소 방안입니다.
많은 리조트에서 스키장과 골프장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인력을 겨울철에 스키장에 배치하고 여름에 골프장에 배치하는 등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소아과에서도 이런 아이템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소아과 선생님은 ADHD아동들의 진료를 하기도 하고, 소아과 옆에 심리치료실을 만들어 놓은 곳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시도들이 스키장과 골프장의 포트폴리오 모델과 같은 이유로 설명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이템을 찾는 것이 어렵다면 계절성이 반대로 돌아가는 과와 같이 동업을 하는 것도 생각해볼만한 방법일 듯 합니다. 

이 글을 써 놓고 보니, 의사가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듧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의학 논문을 읽고 최신지견을 공부해서 진료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판에, 이런 경영적 노력에 힘을 나눠야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수가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