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5일 월요일

13. 병원 성장의 단계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달리 하자

제가 소아정신과 개업을 한지 3년차 되던 2010년으로 기억합니다.
하루는 제 병원에 어떤 컨설턴트라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면 제 병원의 마케팅을 개선해 주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매우 관심을 보였습니다.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나름 저를 방문하기 전에 제 병원의 홈페이지에 대한 많은 분석을 하고 왔더군요.
현재 홈페이지의 방문 수(Traffic)가 얼마고, 클릭(Click) 수가 얼마인데, 방문 수 당 클릭 수가 적은 것은 매력이 없다는 뜻이라는 이야기도 했었고, 홈페이지에 고객 예약 시스템이 없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제 홈페이지가 마치 난도질을 당하는 느낌이어서 좀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시 병원을 인수한 상황이었고, 그 병원의 홈페이지는 이전 원장님이 10년 전에 만든 것이었습니다. 10년전에 만든 홈페이지이니, 현재의 트랜드에 비하면 낙후되어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저 역시 언젠가 기회가 되면 홈페이지를 개편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일이 바빠 개편할 엄두가 나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이 다 맞았고, 홈페이지를 개편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오래 전 부터 하고 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시점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제 병원의 홈페이지를 개편할 결심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 컨설턴트는 저에게 "이렇게 하면 병원 운영이 점점 어려워 질 수 있으니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 MBA 까지 하셨다는 분이 왜 이런 작은 결정을 못하시냐?"라며 일침을 놓고 떠나갔습니다.

그 이후 며칠 동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름 MBA 를 했다고 경영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던 내가 왜 홈페이지가 낙후된 상태에서 개편하자는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을까? 나는 과연 홈페이지 개편 비용이 아까와서 우리 병원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투자를 못하는 소탐대실을 하는 것일까?

근데 좀 생각해 보니, 저의 의사결정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 병원은 성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너무 많이 와서 신환이 저를 만나기 위해서는 4주를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이 이미 성황을 이루고 있었는데, 홈페이지를 개선해서 신환이 더 많이 와 봤자, 4주 걸려서 저를 만나는 것이 6주 걸려서 저를 만나게 되겠지요. 대기 시간만 더 길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올 뿐이지, 실질적으로 병원 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정리해 보니, 병원은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아직 환자 수가 병원이 소화할 수 있는 capacity 보다 적어서 환자를 더 유치해야 하는 병원.
2. 환자수가 병원이 소화할 수 있는 capacity 보다 많아서 오는 환자를 더 효율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병원.

저는 그 컨설턴트가 찾아오기 2년 전인 2008년에 병원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저에게 매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엄청난 대출을 해서, 병원은 오픈했는데, 환자가 안와서 파리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 홈페이지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저는 거금 1000만원을 들여서 홈페이지를 당시로써는 최신식으로 만들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정도가 필요하지 않았다 싶습니다. 아마 홈페이지 업자의 달콤한 언변에 넘어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홈페이지업자가 얘기하는 것이 다 그런가 보다 싶어 큰 돈을 쓰곤 했습니다.

환자 예약이 없는 날에 병원에 나가 앉아있으면 직원들에게 짜증이 나곤 했습니다.
그런 나를 발견하면서, 병원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애꿎은 직원들만 불쌍하기도 하고, 자칫하면 직원들 사기를 떨어뜨려 오는 환자 마저 떨어뜨릴 위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원 중 한명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인근의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들을 무턱대고 만나, 학부모 상대로 교양강좌를 하고 싶다고 제안을 드리곤 했습니다. 소아정신과는 그런 강좌를 하는 것이 마케팅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떤 내용으로 강좌를 할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어필 하곤 했습니다.
마치 영업 사원이 된 것 같아 쑥쓰럽기도 했지만, 병원이 망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 때 그럴 용기가 있었던 것은 제약회사 다닐 때 영업활동을 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교감 선생님은 강의를 어레인지 해 주기도 하셨고, 어떤 분들은 강의는 거절했지만, 그래도 "내 평생 의사가 이런 식으로 와서 세일즈 하는 것은 처음봤다. 우리 학교의 정책 상 강의는 열어줄 수는 없지만, 당신 내가 볼 때 성공할꺼야." 하면서 격려해 주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처음 병원을 개업했을 당시는 제 병원은 첫번째 케이스인 환자 수가 병원 capacity 보다 적어서 환자를 더 유치해야 하는 단계였습니다.
외부에 내 병원을 알리고 환자를 더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외부에 홍보하는 방법으로는 홈페이지를 잘 활용하고,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외부에 강의를 하러 나가는 것도 좋은 수준높은 홍보 수단인 듯 합니다.
그 밖에 잡지 같은 곳에 광고를 한다던가, 신문기자를 활용해서 보도 자료를 배포한다던가 하는 방법들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더군요.
블로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나, 원장이 매우 부지런해서 매일 글을 하나씩 쓸 자신이 없는 다음에야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해준다고 찾아오는 업체를 함부러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들은 무책임하게 아무 컨텐츠를 베껴서 블로그에 올리기 때문에 자칫하면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의사가 환자에게 친절하고, 설명을 잘 하고, 성실하다면 병원은 망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목이 좋고 안좋고에 따라서 3개월만에 자리를 잡는냐, 6개월만에 자리를 잡느냐, 아니면 1년이 걸려서 자리를 잡느냐 차이인 것 같습니다. 1년이 걸려서도 자리를 못 잡았다 싶으면 자리 탓 보다는 본인의 진료 스타일이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진료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부인이나,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잠깐 얘기가 샜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병원이 점차 성장을 하고 자리를 잡으면서, 병원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찾아오는 환자 수가 병원이 처리할 수 있는 Capacity 를 넘기게 되면, 이제는 대기 환자가 생기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외부에서 환자를 더 유치하는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대기가 걸려 있을 경우, 환자를 더 유치하면 대기 시간만 더 길어지게 되겠지요.
이 때는 외부에서 환자를 더 오도록 마케팅을 할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이미 온 환자들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병원의 경우 입원실은 항상 Full bed 입니다. Full bed 가 아니더라도 5% 정도의 빈 침상이 있는 수준이겠지요.
서울대 병원에 진료를 보려면 최소 1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고, 그 보다 빨리 보려면 빽을 써야 합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제가 레지던트 할 때는 그랬습니다.)
의사를 만나서 입원 및 수술을 하기로 결정이 나도 그때부터 또 1,2주는 기다려야 병실이 났다고 연락이 옵니다.
이런 경우 외부에 환자 더 오라고 마케팅을 하기 보다는 진료의 효율을 올리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하겠지요.
실제로 대학 병원들은 평균 재원 일수를 줄이려고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어떤 대학병원 원장님에게 들은 건데 평균 재원 일수를 6일 이내로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하더군요.
90년대 후반 PACS, OCS 등을 도입한 것이 그 노력의 시작 단계였고, 지금은 대수술을 하고 나서 "아직 불안하니 퇴원하기 싫다. 좀 더 회복된다음에 퇴원하고 싶다."고 애원하는 환자들도 매몰차게 퇴원을 시키려고 노력을 합니다.

이상한가요?
입원료를 내고 있겠다는 사람을 굳이 왜 퇴원을 시키려고 노력을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그 사람이 퇴원을 하면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 병실이 바로 차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대학병원들은 항상 full bed 이기 때문에 입원료 수입은 고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환자 한명이 10일을 입원했건 5일을 입원했건 검사료와 수술비용은 똑같이 내지요.
그렇다면 10일에 1명을 받는 것보다 10일에 2명의 환자를 받을 때 병원 수입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재원 일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한 사례로, 삼성병원의 예를 들어봅시다.
삼성병원은 얼마전 (2012년 쯤으로 기억됩니다만), 경영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3차 병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1, 2차 병원에서 볼 수 있는 환자들은 1,2차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의료 전달 체계에 맞는 3차 병원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공익적인 측면도 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수익이 떨어지는 경증 환자들을 줄이고, 그 시간에 수익이 큰 중증 환자들로 환자군을 바꾸겠다."는 의도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삼성병원 관계자에게서 그런 의도였다고 들은 것은 아니므로, 그런 의도였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 정책으로 단위시간당 수익이 큰 환자들로 환자군이 바뀌는 효과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이 아닌 일반 비즈니스의 언어로 얘기하자면, "돈 안되는 고객들 보다 돈되는 프리미엄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환자가 이미 많아서 대기 환자가 생기는 경우, 보다 효율적인 경영을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꿔 나가는 것은 중요한 경영관련 의사결정이라고 하겠습니다.

개인 병원에 적용하는 방안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제 병원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제 병원에 환자가 오는 경로를 살펴 봅시다.
환자들은 우선 네이버에서 소아정신과를 검색을 합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링크를 따라서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고, 홈페이지 내용을 읽어보게 됩니다.
홈페이지 내용이 다른 경쟁 병원들보다 마음에 들 경우, 병원으로 전화를 걸고, 예약을 합니다.
그리고 저를 만나기까지 2주 정도 대기를 해야 합니다.
2주가 지나서 겨우 의사를 만나 초기 상담을 하고 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한 심리검사를 해 보자는 권유를 받습니다.
또다른 1주를 기다려서 심리검사를 받고, 다시 1주를 기다려서 의사를 만나서 심리검사 결과를 상담을 받습니다.
이 때 의사는 진단명을 알려주고, 약물처방 이나 놀이치료, 심리치료 등을 권유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환자가 예약을 하고, 치료에 들어가게 될 때 까지 4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 보니 우리 병원이 환자들의 대기 시간은 길지만 모든 단계에서 Capacity 라 초과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의사를 만나는데 2주가 걸리고, 심리검사에 1주가 걸리니 의사 면담과 심리검사 단계는 이미 full capacity 를 넘었지만, 치료실은 실제로 60% 정도밖에 가동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의사 면담과 심리검사 단계가 병목현상을 만들고 있던 셈이었습니다.
병목현상이라는 말을 쓰면 이해가 가시나요?

운전은 하다 보면 차가 막히는 때가 있습니다.
그때 짜증을 참고 가다 보면 사고 현장이 나오고, 그 현장을 지나면 오히려 차가 쌩쌩 달리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병목을 이루는 곳은 막히지만 그 이후 단계에서는 도로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보다 자동차 수가 적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럴 경우 병목을 풀어주는 것이 교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교통에서는 사고 차량을 빨리 치워 주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병원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의사 면담과 심리검사 단계가 병목을 형성하고 있다면, 의사 수를 늘리고, 심리검사 전문가 수를 늘리는 것이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검사 전문가를 기존의 2명에서 4명으로 늘렸습니다.
그리고 의사를 한명 더 구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했습니다.
실제 그 두가지의 의사결정으로 제 병원은 30~40%의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장황해 진 것 같습니다.
정리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병원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 그중 하나는 환자가 없어서 고민하는 병원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고민하는 병원입니다. 
  • 무턱대고 마케팅을 한다고 홈페이지 개편하는데 투자를 하지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환자가 없어서 고민하는 병원은 홈페이지 같은 외부 환자를 유치하는 마케팅에 투자를 하는게 좋은 방법입니다. 
  • 반면 환자가 너무 많아서 고민하는 병원은 오는 환자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쪽으로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2013년 7월 14일 일요일

1. 동네 의원끼리 치료비 의논해도 담합? [경쟁자와의 관계]

동네 의원끼리 치료비 의논해도 담합? [경쟁자와의 관계]

저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분당에서 가장 상권이 좋은 미금역 사거리에서 소아정신과 개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같은 건물 한층 아래층에서 개업하고 계신 모과 원장님과 병원 운영에 대하여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원장님은 최근 병원 운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듯 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힘드실 만 했습니다.
길 건너편에 또 다른 같은 과의 경쟁 병원이 있었습니다. 그 병원은 그동안 4층에서 한 점포를 임대해서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5층을 전부 분양을 받아서 5층 전체를 병원으 만드는 확장 공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동안 100평 수준에서 의원을 운영하다가 최근에 500평 수준으로 확장을 한 셈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 셈이었습니다.

인근의 경쟁 병원이 공격적으로 확장을 하자, 저와 만났던 원장님은 불안해졌습니다.
그리고 같은 층의 200평 규모의 점포를 추가로 임대해서 수술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투자를 통한 확장 경쟁이 붙은 셈이었습니다. 아마 그정도 투자하려면 아무리 업력이 있는 원장님들도 은행 대출 부담을 끼지 않고 진행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그런데, 막상 확장을 해 놓았는데, 생각만큼 환자가 늘지 않았습니다.
저도 개업의를 하고 있어서 이해가 가는 상황입니다.
새로 인테리어를 해서 시설은 으리으리한데, 환자는 없고, 환자들 이용하라고 들여놓은 고급 커피 머신을 직원들이 이용하면서 노닥거리는 것을 보면 괜히 직원들이 미워지고 짜증이 나기 시작을 하곤 합니다.
그 원장님도 그런 심정인 듯 하더군요.
직원들에게 짜증 안내려고 억누르는 대신 본인의 마음은 곪아 가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원장님과 대화하면서 저는 두가지 포인트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첫째는 인근의 병원이 같은과라고 하더라도, 과연 진짜 나와 경쟁자 관계인지 확인을 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경쟁자라면 합법적인 범위내에서 출혈경쟁을 피하고 담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우선 첫째, "인근 병원이 나와 경쟁자인가?" 질문을 던져 봅시다.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인가? 같은 상권에 위치한, 길 건너 같은 업종의 의원인데, 당연히 경쟁자이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실 것입니다.

저는 경쟁자라는 용어를 "같은 고객을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관계" 라고 정의내렸으면 합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잘 하면 저쪽 병원 환자들 빼앗아 올 수 있고, 저쪽 병원이 잘 하면 내 환자를 빼앗기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같은 구역에 있는 같은 업종이라도 경쟁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 사례를 소개해 봅니다.

실제 저도 미금역 사거리에서 소아정신과를 개업하고 있었는데, 그 해 봄 무렵에 제 후배가 바로 길 건너에 소아정신과를 오픈했었습니다.
제 병원이 잘 된다는 소문을 들었나 봅니다.
옛날 같았으면 후배가 선배 병원 바로 옆에 개원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하던데 시대가 변해도 많이 변한 것 같더군요.
후배가 제 병원 바로 옆에, 똑같은 업종으로 개업을 하는 소식을 듣고 제 기분이 좋았을 리는 없었습니다.
기분도 좋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내 환자들이 그 병원으로 일부 이동을 한다면 어떻게 하나 긴장을 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배가 개업을 하고 나서 한달 정도 지나면서 저는 안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환자들이 그 후배에게 안가더군요.
저에게 방문하는 환자들은 제 병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독특성 때문에 오는 것이었고, 그것은 그 후배가 따라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반면 그 후배에게 가는 환자들은 인근의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새로 개업했다고 소개해주는 환자가 대다수였습니다. 저도 서울대 병원 출신이지만, 인근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는 제가 찍혔었는지 저에게 보내주는 환자는 이전에도 별로 없었으니, 그 후배가 개업했다고 해서 제 병원 경영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에게 오는 환자들은 입소문으로 오는 환자들이었고, 제 후배에게 가는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보내는 환자들이었던 것이지요.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는 경로가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후배 병원의 환자가 늘었다고 제 환자가 줄지 않았고, 제 환자라 줄었다고 후배 병원의 환자가 느는 것도 아닌 이런 관계이니 같은 상권이라고 해서 경쟁 관계라고 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환자가 병원을 알고 오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이런 경우는 개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후배 병원은 새로 지었기 때문에 인테리어가 깨끗하고 럭셔리했습니다.
초반에는 저도 인테리어를 리모델링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맺게 되었습니다.

다시 저와 만났던 원장님 병원 쪽으로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저는 그 원장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원장님은 두개의 병원을 경쟁 관계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과연 그럴까 싶었지만, 환자의 유입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은 리서치가 필요하므로 그 의견은 받아들이고 경쟁 관계로 간주하고 컨설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두번째 문제인 경쟁관계 병원끼리 담합을 할 기회를 찾는 문제로 생각을 옮겨 봅시다.
상대 병원 원장님과 얼마나 자주 만나시는지 여쭤 보았습니다.

서로 원수 지간인 듯 했습니다.
개업할 때 지역 의사회에서 한번 만난 이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상대 원장님 얼굴 보기 싫어서 지역 의사회도 안나가신지 오래 되셨다고 하더군요.

이런 사례가 의사 사회에서 흔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쟁 관계일수록 서로 자주 만나는 것은 비즈니스를 위해서 매우 필요합니다.

A 와 B 라는 경쟁자가 있다고 칩시다.
그리고 두 경쟁자는 같은 상품을 둘 다 1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 점유율은 A 가 70%, B 가 30% 라고 합시다.
같은 가격인데 왜 차이가 나느냐구요? A 가 시장에 먼저 들어온 First mover 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 둡시다.
B 입장에서 A를 뛰어 넘는 방법을 고민하겠지요. 이 때 여러가지 방법을 쓸 수 있는데, 가장 허접한 방법은 가격을 인하하는 것입니다.
왜냐구요? 서로 손해를 보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B 가 가격을 900원으로 낮추었다고 합시다.
A 와 B 가 동일한 상품을 판다고 가정을 하면, 기존에 A의 고객들은 가격이 싼 B 상품을 사는 쪽으로 이동을 할 것입니다.
기존의 A의 70% 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A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당연히 가격을 낮추겠지요.
A는 가격을 800원으로 낮춥니다.
그것을 보는 B 는 700원으로 가격을 낮추고, 다시 A는 600원으로 낮추겠지요.
결국 A 와 B 는 같이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런 식의 경쟁을 가격전쟁 (price war)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례는 항공 산업에서의 티켓 가격 경쟁 사례, 제철 산업에서 철강 생산량 증대를 통한 가격 경쟁, 통신산업에서 통신비 경쟁 사례 등 여러 산업 영역에서 나타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과거에 가격 경쟁으로 큰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산업의 경우 서로 경쟁은 하되 가격 이외의 부분에서만 경쟁을 하는 식으로 암암리에 산업계 내부의 룰이 형성되곤 합니다.

근제 만일 경쟁관계에 있는 두 회사의 사장이 호텔에서 같이 만나 밥 먹으면서 "우리 가격은 1000원으로 유지하고 싸우지 말자." 라고 대화를 했다고 칩시다. 그게 만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발각이 되면 엄청난 범죄로 간주됩니다. 심하면 징역을 살 수 있는 큰 범죄입니다.
자율경쟁이 시장 질서의 근본 원칙으로 간주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담합은 체제를 흔드는 무서운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담합을 하는 것은 범죄이니 하면 안됩니다.
그런데 담합을 하지 않아도 다른 방법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그널을 보내는 것입니다.
제철 산업을 예로 들어 봅시다.
매해 신년 초기에 우리나라 철강 생산량의 1위를 자랑하는 포스코는 신문에 해당년도 철강 생산 계획 유모를 공고합니다.
이 공고 왜 할까요? 누구 들으라고 하겠습니까?
일반 소비자가 포스코가 철강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알아서 뭐 하겠습니까?
이 공고는 바로 경쟁업체들이 들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생산할터이니 너희들은 알아서 생산량을 조절해라. 괜히 너무 많이 생산해서 생산 과다로 가격 폭락이 일어나면 혼난다."

서로 "우리는 얼마 생산할 테니 너희는 얼마만큼만 생산해라." 라고 약속을 한 적이 없으니 담합 한 적은 없는 셈이지요.
그냥 우리는 사실을 공표했고, 경쟁자들은 그 사실을 보고, 알아서 생산량을 조절했을 뿐입니다.
이런 식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많은 산업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공생 전략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사들은 중세 시절 부터 길드제도라는 것을 누려왔습니다.
이 길드제도는 지금도 남아있지요.
우리가 수련의, 전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이 길드 제도의 apprentice 제도의 잔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 기술을 익히는 수련 과정이기도 하지만, 값싼 노동력을 선배들에게 제공하는 5년의 수련기간을 제공함으로써 그 전문가 단체에 입문하는 값을 치루는 것이지요.

길드 제도는 apprentice 제도 말고 다른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독점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지역의 대장장이 들이 있는데, 타 지역의 대장장이가 우리 지역에 들어와서 장사를 하면 길드 회원들이 몰려가 그 가게를 부숴 버렸다고 합니다. 이는 경쟁이 과해 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함으로 인해 공급의 과잉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의사 협회, 지역 의사 협회 같이 의사들의 학술단체, 친목단체들이 있습니다.
이는 같은 업종으로 개업하고 있는 의사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학술 회의를 통해 공부를 하는 기능이 주된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는 길드의 근본 기능이었던 "동업자들의 권익 보호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지역의 경쟁 병원끼리도 서로 자주 만나서 친해졌다 칩시다.
"요즘 시술 가격이 자꾸 떨어져서 걱정이에요. 이렇게 싼 가격으로 시술을 한다면 재료를 얼마나 허접한 것을 쓸지 걱정이에요. 나는 돈 버는 것도 좋지만, 그것 보다 의사로써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요. 가격을 합리적으로 받고 대신 좋은 재료를 쓰고 시술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하고 환자에게 설명을 충분히 해 주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좋은 의사라고 생각해요." 라는 얘기를 한다고 합시다.
그 얘기를 듣는 경쟁 병원 원장님은 여러가지 생각을 할 것입니다. "아 상대 병원 원장님은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으시구나. 내가 가격을 낮추다가는 업계에서 욕을 먹겠구나." 등등.
이러면서 암암리에 가격 경쟁을 피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두 경쟁관계의 원장님도 자주 만나서 자주 얘기했다면,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통한 확장 경쟁을 안하고도 현재의 병원 경영을 잘 해 나가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가까운 위치의 원장님들끼리 서로 골프도 치고, 맥주도 마시면서 친해지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경쟁자에게 노골적으로 우리 가격을 200만원으로 유지하고 내리지 맙시다. 라고 제의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명백한 담합행위이고, 이는 형사처벌도 가능한 무서운 범죄 행위입니다.
대신 같이 술자리를 하시면서 자신이 가진 의사로써의 소신을 얘기하십시오.
"나는 너무 상업적으로 가고 싶지 않다. 교과서적인 진료를 하면서 거기에 정당한 가격을 매기고 싶다. 그렇게 해야지 너무 가격을 출혈 경쟁을 하면 진료의 수준이 떨어지고 그것이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는가. 나는 의료의 상업화를 반대한다. 나는 숭고한 의사로써의 철학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진료를 할 것이다."

이런 얘기를 전달하면 경쟁다는 아 이 선생님은 가격을 낮추거나 출혈 경쟁을 하지 않겠구나. 하면서 안심을 하겠지요. 그러다 보면 경쟁 병원도 가격을 낮출 필요는 없겠구나 하는 안심을 할 것입니다. 결국 이렇게 하는 것이 환자에게 그리고 우리 병원에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이입니다.

그냥 자주 만나시고 친해지시고,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시는 것으로도 충분히 담합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할 때 가격 출혈 경쟁을 막고, 그러면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하고, 그러면 결국 환자들에게 저가로  진료하면서 저질 진료를 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거든요.
그게 우리 사회의 의료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3-07-14

2013년 7월 7일 일요일

15. 내가 가진 트래픽의 자산가치를 활용하자

제가 친하게 지내는 내과 원장님이 계십니다. 그 분은 내과 개원을 해서 10년 이상 성실하게 병원을 잘 운영하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하루에 200명 환자를 진료하신다고 하니, 매우 병원을 잘 운영하시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원장님은 한가지 고민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렇게 많이 보면 뭐합니까? 하루 70명 이상 진료하면, 제도적으로 진료 단가가 오히려 떨어집니다. 환자를 많이 보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저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안 봐 주고 돌려 보내면 그것은 의사로써 도리가 아니지요."
"저도 전공의 때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전공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어요. 이렇게 원가도 안남는 진료를 한다는 것이 자존심도 상하구요. 저도 비급여 진료 항목을 개발해서 단위 시간 당 수가가 좀 더 높은 진료를 하고 싶습니다."
위와 같은 푸념은 외래 진료를 많이 보시는 원장님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흔한 내용입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병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환자가 적어서 고민하는 병원이고, 또 하나는 환자는 많은데 수익이 적어서 고민하는 병원입니다.
환자가 적어서 고민하는 병원은 환자를 어떻게 유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환자가 많은데 수익이 안 나서 고민하는 병원은 좀 복잡합니다. 이런 원장님들은 공통적으로 의사가 교과서적인 진료에 전념하지 못하고, 비급여 항목을 찾아 개발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표현들을 자주 하시곤 합니다.

"의사가 교과서적인 진료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어야 바람직한 의료 환경이다."
이런 구호는 2003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대다수의 의사들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점점 교과서적인 진료만 해서 병원을 경영할 수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는 듯 합니다.

한번 엉뚱한 질문들을 던져 봅니다.
1. 서울대학교병원, 삼성병원 같은 대형병원들은 진료 수입만으로 경영이 잘 되는가?
2. 네이버나 구글은 검색 수입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있을까?
3. 영화관은 영화 티켓 수입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눈치 빠른 분들은 진료 수입, 검색 수입, 티켓 수입의 공통점을 알아차리셨을 것입니다. 바로 대학병원, 네이버나 구글, 영화관의 본연의 업무에서 나오는 수입입니다.

1. 대형병원부터 살펴 봅시다.
내부 회계 자료를 직접 본 적은 없으므로 제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경영에 참여하시는 교수님과 대화를 한 내용으로 유추해 보면, 대학병원들은 진료 수입만으로는 적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대형병원이 경영이 유지되는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장례식장입니다. 대학병원들의 장례식장은 항상 초만원이고, 그 가격도 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례식장 말고도 대형병원들은 수익원은 또 있습니다. 요즘 대학병원 지하에 가 보면 푸드코트에 왔는지 착각이 들 만큼 맛있는 식당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병원 현관이나 2층에는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지요
이런 식당들이나 카페는 상당히 좋은 목에 위치한 셈입니다. 대형병원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세 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지 모릅니다. 그 어마 어마한 인구 중 10%만 커피를 한잔씩 사 먹는다고 해도 그 수가 가히 엄청난 수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 다음은 네이버나 구글을 생각해 봅시다.
네이버나 구글은 검색 엔진으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네이버는 기존에는 야후, 한미르,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다음 등 수많은 검색 회사중 하나로 그다지 두곽을 나타내는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 즈음해서 "지식in" 이라는 상품을 출시하면서, "네이버에게 물어봐." 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차별화된 검색 서비스를 내 놓으면서 치고 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명실상부하게 시장 점유율 80%를 자랑하는 거대 독점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돈을 낸 기억은 없습니다. 검색 서비스만 보면 네이버는 적자를 보는 수준이 아니라, 수입이 제로인데 지출만 하고 있는 바보같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해서 "너는 봉사하려고 사업하냐?" 라는 얘기를 듣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돈도 안되는 검색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들려고 꾸준히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검색을 하려고 네이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면 그 사람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네이버는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고, 그 광고를 하고 싶어 하는 광고주들에게 돈을 받는 구조로 회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셈이지요.
결국 자신의 영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게 만들고,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팔아먹는 것이 현대 사회의 비즈니스의 한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 드라이브를 써 보셨나요? 구글 드라이브를 안 써 보신 분들도 웹하드, 에버노트, 드롭박스 같은 것을 써 보신 분들은 제가 하는 말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구글 드라이브의 경우 100GB 의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IT 업계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구글 드라이브에 데이터를 저장할 때 아마 하드 디스크인지, 서버인지, 뭔지 모르지만 구글은 엄청난 물리적 공간을 저에게 빌려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 비용이 들어가겠지요. 구글은 저 같은 사람에게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돈을 한푼도 요구 안하구요. 왜 그런 쓸데 없는, 손해를 보는 사업을 하고 있을까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인해서 구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쓰게 하고, 그래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뭔가 돈 되는 다른 상품을 팔겠다는 것이겠지요.

3. 끝으로 영화관을 생각해 봅시다.
영화를 하나 볼 때 우리는 7000원을 냅니다. 그리고 2시간 이상 그 공간에 머물게 되지요. 영화값이 자꾸 오7르니 짜증나지 않나요?
그런제 영화관 운영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봅시다.
한 커플이 데이트 차 영화관에 옵니다. 두명이니 14,000원을 내고 영화를 보지요. 이 사람들은 주차를 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한대 세우고 들어왔겠지요. 영화를 본 티켓을 제시하면 주차비가 공짜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영화관 운영자는 건물주가 아니라 건물주에게 세를 내고 영화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겠지요. 그런데 주차비는 건물주의 수입입니다. 그렇다면 건물주 입장에서 영화를 본 사람에게 주차비를 공짜로 해 줄 이유가 없겠지요. 누군가 내가 안낸 주차비를 건물주에게 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게 누구일까요? 당연히 영화관 운영자가 우리 대신 주차비를 건물주에게 내고 있는 것입니다.

주차비는 한시간에 3,000원이라고 칩시다. 고객들은 영화 2시간 보고, 바로 나가지 않겠지요. 저녁식사도 하고, 어영부영 하다 보면 3시간 정도 주차를 하게 됩니다. 결국 영화관 운영자 입장에서는 영화 티켓 두장 팔고 14,000원 받아서 9,000원을 주차비로 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것만 비용으로 드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 필름 사 오는 가격으로 수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영화가 한번 상영되면 바닥에 팝콘 같은 여러가지 쓰레기도 널부러집니다. 영화 한번 상영할 때 마다 청소 아주머니가 청소를 합니다. 청소아주머니도 고용해야 하고, 티켓 받는 직원도 고용해야 하고 티켓 파는 직원도 고용해야 합니다. 남아있는 가장 큰 비용을 아직 생각 못했네요. 가장 큰 것은 뭐니 뭐니해도 건물 임대료겠지요.

영화관 운영자는 영화 티켓을 팔아서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런데 다른 수입원이 있습니다. 영화관에서는 사람들이 영화만 보는 법은 잘 없습니다. 팝콘을 사던지, 콜라를 사던지, 핫도그를 사던지. 뭔가 먹는 것을 사서 들어가곤 합니다.
과거에 제가 컨설팅 회사에 있을 때 영화 산업쪽을 컨설팅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분석하기로는 영화관 입장에서는 영화 서비스로는 적자를 보는 대신 팝콘을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사업이었습니다. 영화 장사는 팝콘 장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관에 갈 때 도시락 싸 들고 가는 분들, 그리고 외부에서 음식 반입은 안된다고 써 좋은 것을 보고 욕 하신 분들, 이쯤 되면 좀 미안한 생각 안드시나요? 영화관 가서 팝콘 하나 정도는 사 주시는게 미덕인 듯 합니다.

이 정도 쯤에서 저에 대한 비난이 들립니다. 어떻게 신성한 의료 행위를 다른 상업적인 비즈니스와 같이 놓고 생각하느냐구요? 그 말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의사인 입장에서 비즈니스적인 논리를 생각 안하고 그냥 교과서적인 진료만 하고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운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제가 의과대학에 입학한 1993년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 온 과정을 볼 때 의료 환경은 점점 시장 논리에 의해서 지배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서 저는 상황의 변화에 대한 가치 판단은 배제하고 그냥 시장 논리에 맞춰서 풀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위에서 대학병원, 네이버, 구글, 영화관 예를 들었는데 이 사업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겠나요? 이 글에서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트래픽 Traffic" 이라는 개념입니다.

카페를 열던지, 식당을 열 때 우리는 "목이 좋은 곳에 열여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여기서 목이란 단어에 초점을 맞춰 봅시다.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 목은 "짐승이 지나가는 길목, 도피로 등 포수가 대기하는 장소." 라고 나와 있군요.
점포를 열 때 목이라는 것을 잘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결국 그 앞을 지나가는 유동인구의 수가 많은 곳에 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코엑스 같이 엄청난 유동인구가 지나다니는 곳에 점포를 열면 왠만해서는 장사가 잘 됩니다. 우리나라에 대표적으로 목이 좋은 곳은 명동, 강남역, 코엑스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유동인구는 사업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위에 네이버나 구글, 그리고 영화관은 자신의 본연의 업인 검색 서비스, 영화 서비스에 전념해서는 먹고 살수 없는 현실을 그리 원망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자신의 본연의 업무가 돈은 안되더라도, 유동인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그 유동인구에게 부가적으로 팔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서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현명해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자존심도 없는 것 같기도 하지요

대형병원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진료만으로 돈을 못 번다고 불평은 하는 것 같지만, 막상 그들은 장례식장, 커피샵, 푸드코트 등을 통해서 수익을 내고 있더군요. 서울대학교병원 일층 로비에 서서 그 현관을 지나가는 엄청난 유동인구를 한번 보십시오. 엄청난 인구가 지나가고 있고, 그들은 커피 한잔 정도는 들고 있지 않던가요?

이제 내과 원장님 얘기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내과 원장님이 운영하는 내과 의원은 하루 동안 200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의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한사람이 운영하는 점포 치고는 상당히 많은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비즈니스 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냥 보통 사람들이 아닙니다.
뭔가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균일한 특성을 가진 고객들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되어 있는 사람들이지요.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그냥 보통 인구와는 달리, 자신의 건강을 믿고 맞길 수 있을 정도로 내과 원장님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분들입니다

많은 비즈니스에서 고객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고, 그냥 다양한 관심을 가진 고객이 아니라 특정 관심을 가지는 균일한 특성의 고객군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채널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내과 원장님은 이미 엄청난 가치가 있는 잠재 고객 군을 확보 하고 있으신 셈입니다.

이들은 일반 소비자와는 달리 내과 원장님을 신뢰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에게 오는 수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진료 수익 이외의 다른 수익을 창출하려 노력한다면 그 내과 원장님은 보다 더 나은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환자들에게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건강식품 중에 의사의 눈으로 볼 때 실제로 가치있는 건강식품을 선별해 준다던지, 그 환자들의 건강상태에 적합한 의료 보험 상품을 소개해 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또 가다실이나 세바릭스 같은 자궁 경부암 백신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할 듯 합니다.

글을 이 정도 쓰고 제 와이프에게 이 글을 보여 주면서 피드백을 달라고 했더니 울 와이프가 한마디 합니다. (참고로 저희 와이프는 경영학을 전공해서 제가 어떤 글을 쓰면 피드백을 많이 물어보곤 합니다.)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자꾸  상업적인 냄새를 풍기다가 오던 환자 마저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위험이 있지 않을까?"
"우리 엄마가 약국을 운영할 때 철학이 "나는 쓸 떼 없이 돈되는 영양제 같은거 환자에게 권하지 않아서 신뢰를 얻었다."라고 하던데. 그런 측면도 생각해야쥐..."
제 와이프의 장모님은 매우 성공하신 약사이셨습니다. 약국이 잘 되었긴 잘 되었던 듯 합니다.
그 얘기를 듣는 저는 "그래 그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질 수는 없겠지요. 제가 반론을 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장례식장을 화려하게 지어 놓고 비용을 세게 받는다고 사람들이 서울대 병원을 안가더냐?"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일층에 커피샵을 화려하게 유치했다고 해서 이 병원 상업적이네 하면서 사람들이 안가더냐?"
와이프와 토론을 하던 중 한가지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되, 환자들에게 본연의 서비스인 진료가 후져진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된다."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되, 이 서비스가 상업적이기 보다는 환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배려의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그런 느낌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도 이런 얘기 하는게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병원경영을 해야 저수가체계 하에서... 폐업해서 동네 환자들을 방치하는 사태를 막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