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4일 일요일

11. 제주 항공은 제주도 가는데 1만7천원 받아서 남을까?

요즘 제주도 가는 항공료가 1만 7천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 항공 등 이름도 생소한 저가 항공이 나오면서 가격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정도라면 직원들에게 생색도 낼겸, 직원 워크샵을 제주도로 가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한 듯 합니다.
아직 멀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가격이 3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좀 더 기다리면 우리나라도 더 떨어지려나요?
이런 광경을 보면서, "과연 김포에서 제주까지 1만 7천원 받아서 수익이 날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아마 손해가 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수익이 나더라도 아주 적은 수익이 날 듯 합니다. 항공사들은 왜 이렇게 손해를 보면서도 이런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을까요?
"고객 서비스를 극대화 해서 회사 이미지를 좋게 만들면, 결국에는 수익으로 이어진다?"
뭐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날다가 떨어지지 않을까?"
"정비는 제대로 하려나?"
저가로 항공료를 팔아서 회사 이미지가 올라가는 건 아닌 듯 합니다.
이들이 저가 항공료를 파는 것은 수익 극대화를 도모하기 때문입니다.
손해를 보는 가격으로 상품을 팔아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구요? 가능합니다.
항공사가 김포-제주 노선 운항권을 얻으려면 정부에게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김포-제주 노선은 주말에는 수요가 많으나 주중에는 수요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주중에 수요가 적더라도 국가 교통 체계 상 일정 이상 항공편을 운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항공사들에게 항공 운항권을 줄 때 인기 있는 주말 운항권과 인기 없는 주중 운항권을 끼워팔기를 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주말에 운행을 하기 위해, 수요가 없는 화요일 같은 시간에도 비행기를 띄워야 하는 것입니다. 주말에 이익을 보고 이로써 주중 손해를 메꾸는 형식이겠지요.
비행기가 한번 뜰 때 비용 구조를 생각해 봅시다.
아마 연료비가 가장 많이 들 것입니다. 추가로 정비비, 공항 이용료, 승무원들의 인건비 등이 들겠지요. 이들 비용은 승객이 적게 타건 많이 타건 상관없이 일정하게 드는 고정비 입니다.
물론 승객의 수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변동비도 있긴 합니다. 주스, 커피, 신문 등의 변동비에 해당될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변동비는 고정비에 비해서 매우 적을 것 같습니다.
경영을 할 때 비용은 크게 변동비와 고정비 두가지로 나눠서 생각하곤 합니다. 고정비는 상품을 많이 팔던 적게 팔던 상관 없이 일정하게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반면 변동비는 상품을 많이 팔수록 늘어나는 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을 운영할 때 임대료, 인건비  같은 것은 고정비이고, 음식 재료 같은 것은 변동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는 고정비가 많이 드는 구조이고 어떤 비즈니스는 변동비가 많이 드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의 차이에 따라 비즈니스 의사결정이 크게 달라집니다. 
김포-제주 노선이 수요가 거의 없는 화요일 같은 날, 승객없이 빈 항공기를 띄운다면 손해가 매우 클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빈 비행기를 띄울 때 손해액이 1000만원이라 칩시다. 손해를 보더라도, 1만7천원이라도 받고 100명을 태운다면, 손해액이 170만원 줄어들은 830만원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비록 1만7천원이 수익을 날 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저가로 운영을 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경우를 병원운영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서울시의 한 시립병원이 환자를 진료할 때 "30분 이상 진료하기" 캠페인은 한다고 들었습니다. 환자를 위해서는 참 좋은 일이긴 한데, 오랜 저수가 정책 하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의료 환경상 꿈만 같은 일입니다.
이 병원은 어떻게 30분 진료가 가능할까?
시립 병원이니깐, 수익에 신경을 안쓰고, 환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인가?
다른 의사들은 돈 버느라고 혈안이 되어 있는 반면, 어찌하여 이 병원만 천사같은 착한 병원일 수 있는가?
손해를 보더라도 세금으로 메꾸면 되니깐 널럴하게 진료를 보는 것인가?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 한명의 인건비를 총 진료시간으로 나눠보면 분단위의 비용이 산출됩니다.
환자 한명당 진료비를 생각해 볼 때 3분마다 환자 한명을 보면 수익이 발생하고, 30분마다 환자 한명을 보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겠지요. 이 병원은 저가 항공 처럼 손해보는 상품을 팔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시립병원이라도 재정이 어려울 경우 무작정 세금으로 메꿀 수는 없습니다. 진주의료원처럼 적자가 누적되면 공공병원이라도 폐업될 수 있으니 공공 병원 경영진들도 수익을 생각하고 경영을 해야 합니다
이 병원이 30분 진료를 하는 것은 "현재 환자수가 적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병원의 의사의 월급은 환자가 적으나 많으나 일정한 고정비입니다. 마치 항공기의 연료비와 같은 성격이 강합니다. 어차피 고정비가 발생한다면, 놀고 있는 인력이나 장비는 손해가 나더라도 돌리는 것이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앞에서 저가 항공 사례에서 보았듯이,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이 병원 원장님은 상당히 경영적 마인드가 있는 분이셨습니다. 환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사례가 다른 곳에도 있습니다. 피부과에 점을 빼러 가면, 점 한 개 뺄  가격으로 몇 개 더 빼주곤 합니다. 점 빼는 레이저 기기는 처음에 구매할 때 비용이 들지만, 이후 점을 점을 한 개 빼나 다섯 개 빼나 비용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변동비가 거의 없다면, 서비스 해줘서 고객을 기분좋게 해 주고, 입소문을 유도하는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요양병원도 오픈하고 초기에, 텅 비어 있을 때는 자기부담금을 할인해서라도 환자를 채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자가 차고 나면 이후로는 제대로 가격을 받아야겠지요.
위에서 예를 든 시립병원도 30분 진료를 통해 환자들에게 좋은 소문을 내는 것은 참 좋은 일인 듯 합니다.
좋은 소문을 듣고 환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30분 진료는 더이상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도 훌륭하신 경영진이라면, 그 때는 또 다른 가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서 환자들을 섬기실 것 같습니다.

2014년 9월 5일 금요일

10. 두분의 멘토에게 배운 영업

MBA 졸업반 시절,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 메킨지나 베인 같은 컨설팅회사, 그리고 다국적 제약회사 마케팅 등을 두고 한창 좝서치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는 영업이라는 것은 별로 안중에 없었습니다. 

그 때 저에게 영업이라는 것이 멋진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당시Johnson & Johnson 아시아-태평양 리젼 사장님으로 재임중이시던 장정훈 사장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써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한국, 중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리젼을 총괄 지휘하시는 사장으로 계신 분이셨습니다. 한국인으로써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분과 인터뷰를 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였습니다

그 때 장정훈 사장님이 저에게 인생의 목표가 뭐냐고 물으셨고, 저는 "다국적 제약회사 입사해서 한국 사장이 되는 것." 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 때 장정훈 사장님은 저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 꿈을 크게 가져라. 지금은 한국 사장이 높은 자리인 것으로 여기겠지만, 그 위에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 아시아-태평양 리젼이나 미국 본사에서 일 할 수 있는 커리어 패스가 있다.  
  • 네가 크게 성공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영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해라. 다국적 제약회사는 유능한 영업사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영업 경험이 필수적이다. 
  • 의사 출신인 네가 한국에서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려면 좀 쑥쓰러울 수 있다. 미국에서 영업을 해라. 영어 실력도 많이 늘 것이다.

그 때만 해도 이 말씀이 얼마나 나에게 중요한 조언이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단지 영업하라는 소리가 섭섭하게 들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하면 의사들에게 가서 굽신거리고, 리베이트 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고작 영업사원 되려고 전문의 따고, MBA 까지 공부했나? 친구들이나 부모님은 뭐라고 생각하실까? 저는 미련 없이 Johnson & Johnson 입사를 거절하고, 컨설팅 회사로 입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서 한국 MSD (Merck)라는 제약회사로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제가 영업을 알게 된 두번째 기회였습니다. MSD 에서 제가 영업을 배운 분은 현재 미술품 경매회사인 K-옥션 대표로 계신 조정렬 상무님이십니다. 이분은 여성으로써, 제약회사 영업과 마케팅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분으로 당시 유명한 분이셨습니다.  

조정렬 상무님과는 미국 워싱톤에서 미국 정부 대상으로 로비스트 일을 하며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 인사와 저녁을 먹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상무님은 그날 저녁 3시간 정도를 화제를 주도하면서 대화를 하셨습니다. 저는 끼어들 수가 없었습니다. 영어 실력은 제가 그리 떨어지는 것 같지 않았는데, 무슨 차이였을까요? 그것은 화제의 풍부함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오고 간 대화 내용은 어찌보면 참 별것 아닌 내용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샌프란시스코 여행갔을 때 날씨 이야기,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본 이야기, 그리고 쇼핑하는 이야기 등이었습니다.

저는 날씨, 공연, 쇼핑 이야기로 그렇게 재미있게 3시간을 채울 수 있는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저같으면 정치 이야기나 회사에 새로 들어온 여직원의 미모에 대한 이야기 정도라면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뿐 아니라 우리나라 남자들은 대부분 그런 이야기로 대화를 채우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국제적인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정치 이야기, 여직원 이야기 같은 것은 금기입니다. 잘못하면 성희롱으로 망신을 당할 수 있는 예민한 소재입니다

날씨, 공연, 쇼핑 이야기는 상대를 자극하지 않을 안전한 소재이지만, 자칫하면 재미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상무님을 관찰해 보면, 이런 소재의 얘기를 재미있게 하는 것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실제 뉴욕에 출장 갔을 때 상무님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공연을 하나 이상은 꼭 보곤 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저도 비슷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을 보려고 애쓰고, 쇼핑을 가서도 상품이 어떻게 진열되어 있는지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국제적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유리한 것 같기도 합니다. 상무님은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오시면서 총 10년을 여학교를 다니셨습니다. 

대학 시절 사귀던 한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친구는 좀 성격이 이상했습니다. 여대 앞 카페에서 여자 친구들끼리 모이는 장소에 저를 꼭 데리고 가서 옆에 앉혀 놓곤 했습니다. 아마 다른 여자친구들 앞에서 머슴같이 부리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듧니다. 

그 때 그 카페에서 한 5시간 정도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지루해 견딜 수 없었습니다. 혼자 옆에서 책을 읽다가, 도대체 여자애들은 무슨 얘기를 하는가 궁금해졌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파마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파마의 세계가 그리 깊은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말도 엄청 빨랐습니다. 맥락을 모르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여학생들은 이런 가벼운 내용의 수다를 떠는 것이 익숙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말은 한번 내 벹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한번, 두번 생각하고 말을 내벹으라." 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이 없는 것이 진중한 사람으로 좋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주변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다국적 제약회사에서는 여자분들이 성공적으로 커리어패스를 쌓아나가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저는 그 분들의 핵심 능력이 언어능력이고 소통능력인 것 같습니다.  

글로벌 시대에서는 남자아이들도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훨씬 경쟁력이 있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입니다. 말을 일단 내 벹고, 후회하더라도, 언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아들도 대화를 재미있게 주도할 수 있는 사람, 수다를 잘 떨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사업을 사고 있는 현재 저는 점점 제 자신을 영업맨으로 정의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저와 있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영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리베이트 주고, 불법 자금 주고 하는 뒷거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영업입니다.
그런 영업 기술은 비즈니스 현장 뿐 아니라, 그냥 일상적인 인간관계도 풍요롭게 만드는 듯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영업을 하고 있는 현재가 즐겁고 행복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