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1일 일요일

9. 헌팅으로 갈고 닦은 회복탄력성

최근 기업가의 덕목 중 회복탄력성 (Resilience)이라는 단어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이라고 누군가 정의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말로 좌절 인내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신촌에서 친구 두명과 맥주를 마시곤 했었습니다. 남자들끼리 맥주 마시다 보면 곧 심심해졌습니다. 젊은 치기에 밖으로 나가서 헌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가씨 한명씩 데리고 와서 술마시자. 지는 사람이 술값을 부담하자. 하는 식으로 내기를 하곤 했습니다.
나이가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 그런 젊은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당시 헌팅을 하면 저는 종종 성공해서 아가씨 한명을 데리고 들어오곤 했습니다. 친구 두명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한번은 그 친구들이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도대체 헌팅할 때 무슨말을 하냐? 니가 그리 잘생긴 것도 아니요, 평소에 말빨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닌데. 신기하다."
당시 저도 제가 왜 성공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한참 세월이 지나서 정신과 공부를 하다가, 제가 성공하는 비결을 알았습니다.
아가씨들에게 다가가서 맥주 한잔 하자고 하면 아가씨들은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딴데 가서 알아보세요."
제 비결은 그 말을 너무 잘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가씨 말대로 다른 아가씨에게 가서 알아본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의 수작에 따라올 아가씨와 안따라올 아가씨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잘생기고, 돈도 많고, 학벌도 좋은, 이승기 같은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려고, 약속 장소로 열심히 걸어 가고 있는 아가씨에게 제가 무슨 멋진 감언이설을 한다고 저를 따라오겠습니까?

한편 오늘 할일 없어 심심해 죽겠고, 자신은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 한탄하는 허전한 아가씨들도 있습니다. 이런 아가씨들에게는 딱 한가지 허들만 넘으면 됩니다.
"내가 너무 쉽게 따라갔다가 쉬운 여자로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해결해 주면 됩니다.
그것을 해결해 주는 방법은 제가 불쌍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저 안따라가 주시면, 저 들어가서 선배님들에게 혼나요."

예를 들어 신촌에 걸어다니는 아가씨들 중 따라올 아가씨가 10% 라고 합시다. 제가 10명 이상에게 제안을 하면 그 중 한명은 걸려들겠지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대학생 시절 한번 정도는 헌팅을 해 봅니다. 그러다 거절당하면 "그럼 그렇지. 내가 어떻게." 하곤 돌아서서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아가씨에게 가서 또 수작을 걸곤 했습니다.

누구나 거절을 당하는 것은 아픈 경험입니다.
그런데 이 경험을 주관적으로 느끼는 정도는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아프게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별것 아닌것으로 느낍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이 거절의 아픔을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두사람에게 영업을 하다 실패했습니다. 밤이 되니 쬐금 기분이 우울해집니다. 
"친한 사람에게 괜한 부담을 주었나?"
"얘기 안꺼낼 걸 그랬나?"
우울해진 마음에 집에 와서 와인 한잔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내일 또 다른 사람에게 영업을 하려고 합니다. 과거에 신촌에서 한 아가씨가 저에게 했던 말을 잘 들으려고 합니다.
"딴데 가서 알아보세요."
세상에 제 영업을 받아줄 사람은 어딘가 있겠지요. 제가 아직 못 만났을 뿐입니다. 그 확률이 얼마나 될 지 모르지만, 만날 때 까지 하면 성공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제 인생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왜냐하면 성공할 때 까지 하니깐요.

이렇게 생각해 보니 대학생 시절 연애라는 것이 참 많은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듧니다.
사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들이 제 맘 같이 움직여 주어야 하고, 고객들이 제 정성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절실한 것이 리더십이고, 리더십의 핵심이 "직원의 마음,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듧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가장 많이 할 때는 연애할 때 입니다. "저 사람이 나를 보고 웃은 것이 과연 나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우스꽝스러워서일까?"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잠을 못 이룰 때가 대학생 때 연애할 때 입니다.

이런 고민을 많이 해 본 사람이 리더십이 생기고 영업 능력이 생기는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연애 많이 하라고 시키려고 합니다. 착실한 아이들보다 연애하느라고 열병을 앓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4년 8월 24일 일요일

8. 어색해도 일단 아부... 영업은 위대하다.

아들에게 배우는 영업 기술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제 아들은 아부를 잘 합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천성적으로 타고 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 형들이 딱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우와, 형 짱이다. 딱지 어떻게 이렇게 많아?" 하면서 감탄을 하곤 합니다. 형들이 으쓱해집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동네 형들에게 이쁨을 받습니다. 학교에서 동네 형들이 항상 챙겨주니 맞고 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한번은 제 아들을 데리고 골프연습장에 갔습니다. 한참을 제가 치는 것을 보더니, "우와 아빠 짱이다." 라고 아부를 날렸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저는 온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뒤땅을 치고 말았습니다. 아들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것은 꽤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깨달았습니다. 제 아들이 저에게 없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선천적으로 시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나이가 40이 훌쩍 넘은 지금도 철이 덜 들어서인지, 남이 나보다 잘 하는 것을 보면 시기심이 생깁니다. 제 아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이 뭔가 잘 하는 것을 보면 자기가 신이 나나 봅니다

지금 저도 나이가 들고 사업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얘기를 해 주어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칭찬을 해 주어야 좋은 직원들이 제 곁에 오래 붙어 있습니다. 거래처 분들을 만나도 기분좋은 얘기를 해 주어야 영업이 됩니다.

지금 제가 다른 분들을 칭찬해 주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선천적으로 시기심 많고 경쟁심 많은 사람인데, 이런 천성을 억누르고 남을 칭찬을 하다 보니,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한 듯 합니다. 그렇게라도 노력하니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부하는 실력이 서서히 늘기는 하더군요.

그러나 우리 아들은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천적으로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제 피 보다는 제 아내의 피를 받은 것 같습니다. 제 아내는 경쟁심 같은게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널럴하게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게 저는 가끔씩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성격이 인생을 살면서 적을 안만들고,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영업이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아니 영업이 전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영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부를 잘 하는 것입니다. 아부라고 하면 어감이 뭔가 나쁜 것 같지만, 사실 남을 칭찬하는 일입니다. 그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주고, 그래서 서로 호의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세상을 살아가는 자산인 듯 합니다

MBA 탑스쿨들이 가르치는 과목을 살펴보면, 중요한 한가지가 빠져있습니다. 영업(Sales) 입니다. 마케팅, 재무, 인사, 조직, 오퍼레이션, 회계 등등 경영의 중요한 과목은 다 다루는데, 가증 중요한 영업은 정작 커리큘럼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사업이라는 것이 비용을 써서 매출을 올리고, 매출에서 비용을 뺀 수익을 남기는 것입니다. "수익 = 매출 - 비용" 의 공식이 중요합니다. 이 공식에서 살펴보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딱 두가지입니다. 매출을 올리거나, 비용을 낮추거나.

매출을 올리는 과정은 마케팅과 영업입니다.
우리가 회사 내부에서 하는 재무, 인사, 조직관리, 재고관리, 생산, 구매 등등은 비용을 쓰는 과정입니다.
결국 MBA 탑스쿨들은 비용을 효과적으로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케팅은 매출을 올리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매출을 올리는 핵심 영역이라기 보다는, 영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은 영업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입니다. 결국 매출을 올리는 가장 중요한 활동은 영업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영업을 MBA 탑스쿨에서 소홀히 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아마 영업을 하찮게 여기는 문화 때문인 듯 합니다. 사실 우리 문화에서도 영업 하면 보험회사 영업사원을 떠올리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척이나 친구가 보험 영업을 할 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보험 상품을 억지로 가입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업 사원 하면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하는 사람, 연락이 오면 만나지 않고 피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그러나 영업은 비즈니스를 영위하는데 있어서 가장 위대한 일입니다.
매출을 올리는 가장 최전선의 역할입니다. 영업에서 매출을 올려야 그 돈으로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월급을 받고, 모든 구매처들이 납품을 하고, 국가에 세금을 내고, 남는 돈을 투자자들이 이익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들이 아부를 잘 하는 천성이 부럽습니다. 아부를 잘 하는 천성을 잘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훌륭한 영업 스킬을 개발해서 저보다 몇 배 훌륭한 비즈니스맨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돈 많이 벌어서 효도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구요. 

제가 생각하는 몇 가지 영업 팁을 소개합니다.

1. 좋은차 타는 것은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사람은 시기심이 있게 마련입니다. 자신보다 좋은 차를 타고 나타나는 사람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우는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나쁜 차를 타는 것도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기왕 사귄다면 없어 보이는 사람보다는 품위 있는 사람을 사귀고 싶은게 인지 상정입니다.

2. 어색하더라도 아부를 일단 하는게 좋습니다. 아부를 하는 사람 쪽에서는 아부같아서 어색하지만,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조직을 운영해 봐서 아는데, 직원들이 아부를 하면, 이거 아부인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고객도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3. 아부를 세련되게 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진정성 있는 칭찬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찰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가 봐도 그 사람이 잘 하는 것, 그런데 그 사람이 자신이 잘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콕 집어 얘기해 주시면 효과는 배가됩니다. 예를 들어 "상무님, 프리젠테이션 하실 때 손동작이 상당히 절제되어 계시면서도 강렬한거 아세요? 멘트도 훌륭하시지만, 손동작이 프리젠테이션 효과를 배가 시키는 거 같아요." 라는 식으로.

4. 시시콜콜한 날씨 이야기, 공연 본 이야기, 쇼핑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2시간 이상 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정치 얘기나 성적인 농담 같은 것은 피하는게 좋습니다. 웃긴 얘기를 하려고 괜히 성적인 농담 같은거 하다가는 커리어가 한방에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2014년 8월 12일 화요일

7. 맥도널드는 장난감, 네이버는 네티즌을 판다

7. 맥도널드는 장난감, 네이버는 네티즌을 판다

오늘 아침부터 아이들이 맥도널드에 가자고 졸랐습니다. 하루종일 조르기에 저녁 무렵 아이들을 데리고 맥도널드에 갔었습니다. 아이들은 해피밀 세트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포함된 세트)를 골랐습니다. 맥너겟과 감자튀김, 그리고 그래곤길들이기 영화의 캐릭터로 만든 장난감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저는 맥너겟을 먹었고,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애들 엄마가 "예들아, 아빠가 맥너겟 다 먹는다. 너희들 안먹니?" 라고 하자, 애들은 "우리는 그거 안먹어요." 라며 장난감 가지고 놀기 바빴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음식이 주, 장난감이 부가 아니라, 완전히 정반대였습니다. 장난감을 사기 위해 맥도널드를 찾아간 것이고, 햄버거는 덤으로 어온 것이었습니다.



과거 MBA 시절, 컨설팅 회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컨설팅 회사들에 관한 리서치를 하던 시절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유명한 컨설팅 회사가 맥도널드를 컨설팅하면서 "당신네들은 앞으로 햄버거 가게가 아니라 장난감 가게라고 생각하라." 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푸하하하 웃었습니다. 참 컨설턴트 들은 황당한 얘기를 하는구나. 그런데 지금 그얘기가 현실로 나타나 있습니다.

많은 비즈니스에서 표면적인 상품이 본질적인 상품이 아닌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뉴욕 맨해턴을 관광하다 보면, 서울 시내처럼 공공 화장실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하철 화장실도 티켓을 사지 않고는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신 뉴욕에서 공공화장실 역할을 하는 곳은 스타벅스 매장입니다.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스타벅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들른김에 커피 한잔을 들고 나오는 것입니다. 고객들은 커피를 사러 들어간 것이 아니라 화장실을 사용하러 스타벅스에 들른 것이다.

스타벅스는 자신들은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우깁니다. 그들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공짜 와이파이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이 앉아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한다고 우깁니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다 헛소리 입니다. 그들의 본질적인 상품은 화장실입니다.

분당 수내역에 제가 좋아하는 페삭이라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철판구이 전문점인데, 테이블이 딱 한개 있습니다. 하루에 손님을 6시, 8시, 딱 두 팀 받습니다. 요리사는 달인 프로에 나올 정도로 칼로 묘기하는 솜씨가 대박입니다. 그정도 맛에 그정도 재주면 테이블을 좀 더 늘려도 좋으련만, 그 주인장은 테이블 하나만을 고집합니다. 들어가면 딱 5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 우리만을 위한 공간입니다. 그러다 보니 예약을 하려면 한달 전에 해야 합니다. 제가 이 곳을 잘 이용하는 이유는 고마운 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특별히 접대를 할 때입니다. 여기를 모셔가면 누구든지 감동을 받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나봅니다. 접대 효과 만점인 공간입니다.

페삭은 "철판 요리"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접대 했다는 느낌"을 파는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 철판요리를 먹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접대하기 위해 갑니다.


네이버는 무엇을 누구에게 파나요? 쉽게 생각하면 "검색 서비스"를 "네티즌"에게 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한단계 뒤집어 생각해 봅시다.
네티즌들은 네이버에 검색을 하면서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네이버에게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광고주들입니다. 광고주들이 비싼 광고료를 네이버에 지불하는 이유는 검색을 하기 위해 네이버에 접속하는 네티즌들의 수(트래픽)가 많기 때문입니다. 트래픽이 많으면 많을 수록 광고주들은 네이버에 많은 돈을 내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니 네이버는 검색의 품질을 높여 검색 이용자 수를 늘리려고 노력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네이버의 고객은 광고주이고, 네티즌은 네이버의 상품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검색 서비스를 잘 개발해서 네티즌들이 네이버에 접속을 많이 하게 한 다음 도매급으로 광고주들에게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본질적 상품은 네티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여러분들은 네이버의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었습니다. 당한 것이지요. 약올라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을 예로 들어봅시다. 요양병원은 무엇을 파는 곳일까요? "수준높은 의료 서비스"를 팔수도 있고, "치매 환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서비스"를 팔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호텔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저는 좀 다른 관점에서 "효도한다는 명분"을 파는 곳이라고 정의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경우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고자 하는 자식들은 평생 자신들을 위해 희생해온 부모님을 끝까지 집에서 모시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치매가 있는 어르신의 경우 집에 모시다 보면 행동 증상이 나타나면서 피해의식, 불안증, 우울증 등의 증상을 같이 가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하여 제대로 된 의학적 약물치료 및 인지치료를 받으시면 꽤 호전되곤 합니다.

이런 경우 환자 본인도 집에서 지내시는 것보다 요양병원에 입원하셔서 치료를 받아 편안하게 지내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보호자 편하라고 입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위해서 입원시키는 셈입니다. 이 내용을 보호자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 그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저같은 경우 치매 어르신을 입원시킬 때 가능하면 가족이 다 모이도록 합니다. 그리고 어르신을 입원시키는 것이 자식들 편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볼 때도 어르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설명드립니다. 결국 입원시키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셈이지요.

효도한다는 명분을 판다고 정의할 때 요양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산좋고 물 좋은 산속에 위치한 것 보다는 도심에 위치한 요양병원이 좋은 점이 있습니다. 가족들은 부모님을 산 속에 입원시킬 때는 할 때는 자신들이 부모님을 방치한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도심 근처, 직장 근처에 입원을 시킨다는 것은 항상 찾아뵙고 돌봐드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가적으로 생각해 볼 것은 가족과 환자들이 같이 하는 음악회 같은 행사를 기획한다던가, 환자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보호자들에게 업데이트 해 준다던가, 환자와 가족이 수시로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한다던가 하는 방법들이 있을 겁니다.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상품이나 고객을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정의할 때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게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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