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4. 푸시마케팅 vs 풀마케팅

마케팅 방법 중에 푸시마케팅(Push marketing)과 풀마케팅(Pull market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 푸시마케팅은 공급자가 상품을 밀어낸다”, 즉 공급자 주도의 마케팅이라면,
  • 풀마케팅은 수요자가 상품을 끌어 당긴다”, 즉 수요자 주도의 마케팅을 말하는 것입니다.

의료시장에서 약이 처방되는 경우는 대표적인 푸시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급자인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 고객인 환자는 그 약이 어떤약인지 따지지 않고 의사를 믿고 복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약의 처방도 풀마케팅인 경우가 존재합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문의약품의 TV광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문의약품 TV광고를 보다 보면, 마지막 부분에 "당신의 주치의에게 푸로작을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세요." 라는 멘트가 나옵니다. 소비자(환자)에게 상품을 각인시키고 공급자(의사)에게 가서 그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도록 만드는 식입니다.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상황이니, 풀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을 구매 할 때 일반적으로 두 단계의 인지적 과정을 거칩니다.
  1. 첫째 단계는 상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단계, 즉 니즈가 생기는 단계입니다.
  2. 둘째 단계는 "여러 브랜드의 상품 중 어떤 브랜드를 살 것인가"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점심시간에 식당을 가기 전에 "배가 고파서 밥을 먹겠다."고 생각을 해야 하고, 그 다음에 "무슨 메뉴를 고를 것인지" 결정하계 되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푸시마케팅은 니즈가 형성이 되지 않은 소비자에게 니즈를 설득하고 판매하는 식이니 위의 두 단계 중 첫째 단계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풀마케팅은 니즈는 이미 있는 고객에게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판매하는 식이니 둘째 단계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푸시마케팅과 풀마케팅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보험 영업과 외제차 영업을 비교해봅시다.
저는 보험 상품을 여러 개 가지고 있지만, 이중 어느 하나도 제가 먼저 보험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가입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보험에 가입한 경로는 대충 이렇습니다.
1.      동창회에 나갔다.
2.      별로 학창시절 기억도 안 나는 한 친구가 괜히 친한 척 한다.
3.      연락처를 준다.
4.      하루는 그 친구가 전화가 와서 병원 구경하러 온다고 한다.
5.      같이 식사 하던 중 보험 상품 얘기를 하게 된다.
6.      친구 사이에 차마 매몰차게 거절하기 어려워 보험 상품 하나를 가입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같은 경로로 보험을 가입했을 것입니다. 보험 영업은 소비자가 니즈가 형성이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공급자 (영업사원)이 소비자에게 니즈를 설득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입니다. 공급자 측에서 주도하는 대표적인 푸시마케팅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즈 조차 형성 안되어 있는 소비자에게 당신 이런 상품이 필요하잖아.” 설득부터 시작해야 하니 매우 어려운 영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보험 영업을 해 본 사람은 어디 가서 굶어 죽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편 외제차 딜러를 생각해 봅시다. 딜러는 외제차 매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합니다. 외제차 전시장에 들어오는 손님은 둘 중 하나입니다. 최근 승진 하고 연봉이 올라, 외제차를 한번 타 볼까 생각하는 사람과 외제차를 리스로 타고 있는데 곧 리스가 끝날 때가 되어 가는 사람. 이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보나마나 외제차를 하나 살 예정인 사람들입니다. 이미 첫째 단계인 니즈가 형성 되어 있는 상태에서 둘째 단계인 어떤 브랜드의 차를 살지 결정하면 되는 사람들입니다.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 제품보다 우리 회사 제품이 더 좋다."라는 설득만 하면 됩니다. 보험 상품을 팔 때보다는 훨씬 수월한 셈입니다. 소비자가 주도를 하니 풀세일즈라고 할 수 있겠지요.

풀세일즈를 푸시세일즈로 전환시켜 보다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업세일즈 (Up Sales)라고 합니다.
어느 중년의 부인은 외국에 유학 가 있는 딸에게 송금하러 은행을 방문했습니다. 이 때 은행 직원은 해외송금 일을 처리하다가, 한마디를 던집니다. "어머 따님이 곧 시집가실 때가 되셨겠네요. 따님의 주택 마련을 위한 펀드 상품 좋은 것 하나 있는데, 강남의 부자들이 요즘 선호하는 상품이에요."

만일 여기서 은행 직원이 외환 송금 업무만 했다면 고객의 니즈에서 시작된 거래이므로 풀세일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펀드 판매의 경우 고객이 니즈가 없었는데, 은행직원이 니즈를 환기시키고 판매를 했으니 푸시세일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행직원은 풀세일즈 상황을 푸시세일즈 상황으로 전환시키고 영업을 성공시켰습니다. 은행 경영진 입장에서 보면 훌륭한 직원이지요.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대해서 진료를 하는 대부분의 상황은 풀세일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진료 상황에서도 풀세일즈 상황을 푸시세일즈로 전환시키는 상황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몇몇 예를 들어봅니다.
  • 소아과 선생님들이 감기로 내원한 15세 여자 청소년을 진료하다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을 것을 권유한다.
  • 소아정신과 선생님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찾아온 아이가 ADHD로 진단되자 약물치료와 사회성치료를 권유한다.
  • 치과 선생님이 틀니를 하러 온 환자에게 임플란트가 더 낫다는 것을 권유한다
  • 치과 선생님이 충치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아말감 보다는 금으로 때우는 것이 더 좋다는 설명을 한다.  
  • 피부과 선생님이 보툭스 맞으러 온 환자에게 주름 있는 곳의 점은 종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니 빼자고 권유한다.
이런 경우들은 환자가 니즈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가 새로운 상품을 권유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보험 세일즈와 같이 환자에게 필요하다는 니즈를 설득하고 처방을 해야 하니, 한단계 더 어려운 영업인 셈입니다.
소아정신과 환자들을 진료하는 저로써도 이 경우 말이 잘 안떨어지곤 했습니다. 사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학적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마치 돈을 벌려고 더 비싼 상품을 권유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어색함이 들었습니다. 권위있는 의사가 아니라 마치 영업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이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시도했던 한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저는 병원 대기실에 환자들에게 권유해야 할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 글들을 많이 걸어두었습니다. 놀이치료의 효과, 사회성치료의 효과, ADHD 약물치료의 효과 등등. 이런 글들을 제가 직접 칼럼을 써서 액자에 걸어 두었습니다. 환자분들이 기다리면서 읽으시기를 유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병원에 들어올 때는 딱히 니즈가 없던 환자분들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니즈가 환기되어 진료실로 들어오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보험 상품을 살 때의 고객에서 외제차를 살 때의 고객으로 탈바꿈 한 상태로 진료실에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생판 처음 듣는 것 보다 미리 읽어본 상태에서 그 치료방법의 필요성을 설득할 때 환자들의 수용성이 훨씬 높아지게 되더군요

2013년 12월 13일 금요일

3. 마케팅은 ‘땅 따먹기’... 판을 흔들어라 [인지적지도, Cognitive Map]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MBA 탑스쿨들에서 마케팅 시간에 교재로 사용할 만큼 마케팅 영역에서는 명서로 꼽히는 책입니다. 마케팅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마케팅의 기본 개념을 쉽고 단순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이 책에서 한가지 강하게 기억이 남는 부분 중 하나는 우편 배달 회사인 FedEx  DHL 의 마케팅 전략 케이스입니다. FedEx 의 마케팅 문구는 “밤새 배송되는 우편 (Overnight Letter )” 입니다. 이 문구를 읽는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는 자연스럽게 우편 배달 시장의 지도가 그려집니다
", 세상에는 밤새워 빠르게 배송하는 회사도 있고, 낮에만 배송하는 느린 회사도 있구나. 그중에 FedEx 는 빠르게 배송하는 회사구나."

[그림 1]



한편 후발 주자인 DHL  마케팅 문구를 “세계 곳곳으로 배달되는 우편 (Worldwide Express)”로 홍보했습니다
기존에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형성된 인지적 지도 (Cognitive Map)는 후발주자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좀처럼 바뀌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DHL 은 기존의 “빠른 배송 ↔ 느린 배송” 이라는 축 상에서 1위인 FedEx 와 경쟁하기 보다는 새로운 축을 그렸습니다. 그 것은 “세계 곳곳으로 배달 ↔ 한정된 지역으로 배달” 의 축이었습니다.
DHL  "세계 곳곳으로 배달되는" 이라는 문구를 접한 소비자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우편배달시장과 관련된 인지적 지도를 변경을 하게 됩니다. ", 배송회사는 빠른 회사와 느린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배달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구나.  그리고 DHL 은 세계 곳곳으로 배달하는 회사구나."

[그림 2]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주장하는 바는 한번 소비자의 머리 속에 형성된 인지적 지도는 후발주자가 바꿔 놓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형성된 축 상에서 1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 차라리 새로운 별개의 축을 개척해서 그 축에서 1위를 하는 것이 오히려 났다는 것입니다
FedEx 가 소비자의 머리 속에 그려 놓은 “빠른 배송 ↔ 느린 배송” 의 축 위에서 놀지 않고, 새로운 축,  “세계 곳곳 ↔ 한정된 지역” 의 축을 그리고 그 위에서 1위를 한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그려 넣는 가상의 지도를 인지적 지도 (Cognitive Map)라고 합니다. 이 지도 상에서 내 제품의 영역을 얼마나 많이 차지하느냐 하는 것이 마케팅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땅 따먹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요즘 즐겨 찾는 싸이트 하나를 소개합니다. TED.com 라는 곳인데 거기서 본 마케팅 전문가의 강의에서 들은 내용 하나를 소개합니다

아타투르크 왕은 터어키 근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왕이라고 합니다. 그는 여자들이 베일을 쓰지 않도록 해야 터어키가 근대화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금지하면 이슬람 전통이 강한 국민들이 반발을 하게 되어 정치적 지지를 잃을 것을 걱정했습니다. 고민 끝에 나온 아타투르크의 해결책은 “창녀들은 반드시 베일을 써야 한다.”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여자들이 베일을 벗게 되는 결과를 자연스럽게 가져왔다고 합니다.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제는 국민들의 기아를 해결하고 빵 가격의 폭등을 막기 위해 감자를 보급하고 싶었습니다그런데 국민들은 감자가 “흙 속에서 나는 지저분한 음식이자 개한테 줘도 안 먹을 음식”으로 인식하였습니다프리드리히 대제가 고안한 것은 “감자는 왕실 야채이고 왕족만 먹을 수 있다.”는 법령을 선포하는 것이었습니다그러자 사람들은 감자를 몰래 재배하기 시작했고 점점 사용량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 두 사례는 인지적 지도를 잘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적 지도 상에서 영역을 구획하는 선을 긋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어디에 속할지 선택하게 하는 전략입니다.

의사 출신이자 벤처기업가인 안철수 의원이 하는 행보를 보면 인지적 지도를 활용하는 데에 대단한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벤처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경험에서 마케팅 개념을 체득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들고나온 화두는 “새 정치” 입니다이 단어는 인지적 지도의 영역 싸움에 엄청난 선을 긋는 단어입니다. 기존에는 유권자들은 정치에 관한 인지적 지도 상에서 “보수 ↔ 진보”, “좌  ↔ 우”, “권위주의  ↔ 자유주의” 등의 축을 그리고 그 위에 정치인들을 배치하곤 했습니다. 유력 일간지에도 대통령 후보가 될 만한 유력 정치인은 좌와 우 축을 그려두고 각 정치인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분석하는 내용의 기사를 내 보내기도 합니다. 일례로 아래 그림은 한겨레 21 2010 3월에 실린 지도입니다.

[그림 3] 한겨레21 2010-03-05



그런 정치판에서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라는 단어를 던짐으로 기존의 모든 정치인을 “구시대 정치인”으로 몰아넣고 자신은 새시대의 정치인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차지하는 엄청난 도전을 했습니다이 시도가 성공적일지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시도가 마케팅에서 얘기하는 인지적 지도를 멋지게 활용한 사례임은 분명합니다.

최근에 의료계에서는 각 치료 과들이 이름을 개명하는 사례가 많은 듯 합니다.
나름 각 과의 선생님들이 많은 고민과 철학이 담겨있는 개명이었겠지만, 저는 “인지적 지도” 라는 개념을 토대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소아과”에서 “소아청소년과”로
최근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개명을 했습니다. 이 개념은 의료 시장을 “나이”라는 축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모든 과는 대상 환자를 나이로 구분하는데,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소아과나이가 많이 든 사람들은 내과 및 다른 과로 가는 것이다그런데 나이가 어정쩡한 청소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내과를 갈 것인가그러지 말고 소아과로 와라. 
인지적 지도상에서 보면 이런 의미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림 4]


“산부인과”에서 “여성의학과”로
최근 산부인과는 여성의학과로 개명하려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산부인과에 방문하도록 배려한 흔적이 보입니다.
좀 더 공격적으로 해석하면세상의 환자들을 남자 환자와 여자 환자로 나눈 것입니다. 기존에는 임신/출산과 관련 있는 여성만 진료하다가, “세상의 환자들 중 50% 가 되는 여자들을 다 진료할 수 있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림 5]



“진단방사선과”에서 “영상의학과”로
진단방사선과가 영상의학과로 바뀐 사례도 이런 구획 나누기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단방사선과라는 이름을 두고 생각해 보면, 세상의 모든 과는 “진단과”와 “치료과”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그리고 “진단과”는 다시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과”와 “방사선과 관련 없는 진단과” 로 나뉩니다. 진단방사선과라는 이름은 이 중에서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과” 라는 영역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영상의학과”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진단과에 머물지 않고 치료과로 확장하며, 방사선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영상을 다 다루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림 6]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최근에 정신과 역시 정신건강의학과로 개명을 했습니다
기존의 정신과라는 이름 속에는 정신병을 치료하는 과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정신병이라 함은 정신분열병, 우울증 등 심각해 보이는 질환을 떠올리기 쉽습니다여기에 정신건강이라는 이름을 넣음으로써,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람들, 스트레스, 부부갈등, 학업문제 등의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듯 합니다

[그림 7]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인지 지도 상에 새로운 축을 그려놓고, 선긋기를 해서 내 영역을 차지하는 과정이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이를 인지적 지도 (Cognitive Map) 상에서의 땅따먹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끝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했던 저의 고민을 소개합니다
저는 요양병원을 준비하면서 한 일년 정도 기존의 요양병원들을 돌아다니면서 탐방을 했습니다. 기존의 병원들을 구경하면서 공부를 한 셈이지요

그 때 얻은 결론은 기존의 요양병원 시장에는 인지적 지도상 두 가지 축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소비자인 환자들은 요양병원을 선택할 때 가격을 보고 결정하는 면이 강했습니다. 즉 소비자들은 인지적 지도 상 요양병원을 "싼 병원 ↔ 비싼 병원" 이라는 축을 그려두고 그 축 상에서 병원들을 매핑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공급자인 요양병원 원장님들의 머리 속에 그려진 축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많은 요양병원들의 웹싸이트를 들어가 보면 많은 병원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구는 "어르신들을 부모님과 같이 잘 모시겠다."는 문구 즉 "효심" 이었습니다또 요양병원의 이름도 서울 효 병원이라는 식의 라는 단어를 많이들 넣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원장님들의 머리 속에는 요양병원 시장을 "효심이 큰 병원 ↔ 효심이 적은 병원" 이라는 축을 그려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 효”"이라는 단어는 서비스의 친절함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겠지요.
  
기존에 존재하던 가격축과 효심축 말고 다른 새로운 축을 하나 멋지게 그려 놓고 거기서 1등을 차지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생각해 낸 문구는 "젊고 열정 있는 의사들" 이었습니다이 문구를 통해서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젊은 의사들이 진료하는 병원 ↔ 나이 많은 의사들이 진료하는 병원이라는 새로운 축을 그려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축 상에서 우리병원은 젊은 의사들이 열정을 가지고 진료한다.”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모든 마케팅의 메시지를 집중했습니다.

[그림 8]




이 마케팅이 효과적이었는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그려져 있는 인지적 지도를 이해하고, 그 지도 상에서 내 영역을 어떻게 넓혀갈 수 있을지 고민할 때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나올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